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예상 밖 장고가 이어지자 야권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국무위원 탄핵 줄기각의 기류가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평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미뤄지는 상황에 기인한 추측성 시나리오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 회자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헌재가 다음 달 18일까지 탄핵심판 결론을 내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 종료일이다. 이 경우 진보 성향의 재판관 두 명이 빠지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보수 성향의 재판관 두 명이 새로 들어올 수 있어서 보수 우위로 헌재 구성이 바뀌게 된다.
민주당이 그간 ‘헌정질서 수호’를 이유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해 왔다는 점에서 재판관 추가 임명을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7인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재 심의 정족수 문제도 발생한다.
헌재가 이에 따라 재판관 2인의 임기 만료일이 임박해 평결에 나서거나, 법적 규정인 심판기간 180일을 다 채울 때까지 심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야권에서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런 상황에 대비한 당 차원의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25일 유튜브 방송에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대응을 하는 것이 맞는다”며 “최악을 상정하고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까지 헌재의 선고기일 지정 공지가 없으면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국회가 ‘임기단축 개헌’을 통해 직접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헌재의 심리 장기화에 대비해 이를 우회할 ‘플랜B’를 준비하자는 취지다. 앞서 야당 의원 20여명은 비상계엄 선포 전인 지난해 11월 현직 대통령의 임기만 2년 단축하는 개헌을 하자며 ‘윤석열 파면 개헌연대’를 출범시킨 바 있다. 다만 국회 표결과 국민투표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공론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원 총사퇴’ 카드도 나왔다. 다시 총선을 치르면 ‘개헌선’인 200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현실성 등의 문제로 당내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당 내부에선 헌재에서 기각 또는 각하 판단이 나오는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행 결정문에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에 기인했다고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윤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의 ‘경고성’ 목적을 강조한 대목이 떠올라 기분이 개운치는 않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대행이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며 한 권한대행 ‘재탄핵’ 카드로 압박했다. 최상목 부총리를 향해서도 “이번 결정에 비춰봐도 결코 파면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거듭 탄핵 추진 의지를 밝혔다.
김판 이동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