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면제 줄 수도”… 각국 투자협상 러시

입력 2025-03-25 23:26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그룹의 210억 달러(약 31조원) 대미 투자 계획을 소개하면서 다음 달 2일로 예고된 상호관세에 대해 “많은 국가를 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관세 면제 사례를 앞세워 해외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독촉하고 나선 것이다. 상호관세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아시아·유럽 등 주요 교역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과의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에 대해 “관세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처럼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외국 기업은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왼쪽부터)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상호관세와 관련해 “나는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 있다”며 “그것은 상호적이겠지만 우리가 더 친절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상호적인 관세지만 우리는 그들(상대국)보다 적게 부과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트럼프는 “앞으로 수일 안에 자동차·목재·반도체와 관련한 추가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품목별 관세 발표는 지연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예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은 상호관세에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거나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미국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스스로 폐지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도 재무부는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서비스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재정법 개정안을 25일 의회에 제출했다. 다국적 IT 기업 매출의 6%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디지털세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폐지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상호관세 면제를 요청할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했다.

영국 정부도 4월 2일 이전에 디지털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