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또다시 ‘독도는 일본 땅’ 등의 억지 주장을 고교 교과서에 실었다. 문제의 사회 교과서는 내년 신학기부터 일본 고등학생들에게 배포된다. 외교부는 시정을 촉구하는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협력 확대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양국이 과거사 문제로 또다시 충돌하게 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5일 교과서 검정 조사심의회 총회를 열어 일선 고등학교가 2026년도 신학기부터 사용할 교과서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지리총합(종합) 7종, 역사총합 11종, 공공 12종, 정치·경제 1종 등이다.
특히 지리·역사와 공공 교과서 모두 독도 관련 내용을 다뤘다. 교과서 대부분에는 ‘독도는 일본 땅’으로 명기됐다. 4년 전 검정을 통과해 현재 사용되는 교과서와 달라진 내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기술이 검정을 거쳐 추가된 사례도 있었다고 지지통신은 보도했다.
정치·경제 교과서 일부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한반도에서 일본에 연행된 조선인’이라는 부분이 검정을 통해 ‘동원된’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강제성을 지운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연행’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보는 통일된 정부 견해에 따라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7년과 2018년 잇따라 학습지도요령을 통해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이고 영유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다루도록 고시했다. 이후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억지 주장은 초중등 교과서를 막론하고 확대되는 추세다.
제국서원 지리총합 교과서는 ‘한국은 1952년 해양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공해상에 경계선을 그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문교출판의 경우 독도에 대해 ‘일본의 영토’라고 서술하려 했으나 일본 정부의 지적을 받고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수정했다. 도쿄서적의 초등학교 지도 교과서와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도 대부분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고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재웅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가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 정부가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관련, 강제성을 희석하는 서술 등 왜곡된 역사 내용이 다수 포함된 교과서를 용인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