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0여일 만에 장중 1470원을 돌파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일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원 오른 1469.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이날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0.1원 내린 1467.6원에 주간 거래를 시작했으나 곧바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오전 한때 1470.1원을 기록하며 장중 147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주간 거래에서 환율이 1470원대에 거래된 것은 지난달 3일(1472.5원)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 오름세는 탄핵 정국 장기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정국 불안 장기화가 원화에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3월 이후 글로벌 약달러 국면에서도 터키 리라화와 우리 원화 가치의 낙폭이 가장 컸다. 대내 정국 불확실성이 원화값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탄핵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환율 상승 베팅도 늘어났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미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경계감도 원·달러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선임연구위원은 “탄핵 선고와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두 이벤트가 오버랩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도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자금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환율이 더 요동칠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환율 절하 폭이 더 커지면서 1500원선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 위원은 “헌재가 기각 결정할 경우 관세 파고까지 덮치면서 환율은 상방 압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용이 나와도 환율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