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O 농산물 정말 나쁠까… 이미 사료용 5종·식용 6종 수입

입력 2025-03-26 02:14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산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 수입 허가 심사가 ‘9부 능선’을 넘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입 허가 심사 대상이 ‘식용’이다 보니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국민일보는 25일 여러 농업 전문가에게 문의해 LMO 감자의 안전성을 팩트체크했다.


① 논란이 일고 있는 LMO 농산물은=미국 감자 생산업체 ‘심플로트’가 개발한 식용 LMO 감자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2일 해당 품목 위해성 심사 결과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다. 식용 LMO 농산물은 위해성 심사 이후 식약처가 최종 승인하면 수입할 수 있다. 이에 농민들은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먹거리연대 등 농민단체들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지키고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 보장을 위해 관련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② LMO 농산물은 무조건 안전하지 않나=농민단체의 주장은 식용 LMO 농산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정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먼저 기술 발달이 근거로 제시된다. 최근 대부분 LMO 농산물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를 편집해 원하는 특성이 발현되도록 만드는 데 쓰인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LMO 농산물은 ‘네잎클로버’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변이라는 평가다. 박순기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LMO 농산물은 자연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③ 앞으로 LMO 농산물이 대거 유입되는 건가=그렇지 않다. 한국은 LMO 농산물 수입 심사 절차가 길고 복잡하다. 심플로트는 해당 품목 수입 승인을 2018년에 신청했다. 농진청 등 유관 기관 심사에만 7년이 걸렸다. 익명을 요구한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심사 신청이 들어오면 최소 6개월 이상 4개 기관 협의심사를 진행한다”며 “한국 심사 절차가 세계에서 제일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④ 감자 말고 다른 LMO 농산물도 있나=LMO 농산물은 이미 국내에 대거 수입·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LMO 감자만 위험하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사료용 5종과 식용 6종의 LMO 농산물의 수입이 허용된다. 대표적인 식용 품목은 식용유로 많이 쓰이는 카놀라나 각종 가공식품 재료에 들어가는 옥수수다. 이기원 서울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이미 LMO 농산물이 대거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⑤ 그렇다면 100% 안심해도 되나=학계에서도 LMO 농산물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부 교수는 “LMO가 100% 안전하다고 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LMO 감자가 기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감자는 심으면 싹이 나는데, 수입 이후 개인이 심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김혜지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