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치 없지만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지금까진 ‘절반의 성공’

입력 2025-03-26 00:11

‘제2의 판교’ 타이틀을 내세우며 주요 기업을 유치한 과천 지식정보타운(과천지정타)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이 과천에 본사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옮기며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했지만, 조성 초기 내세웠던 대기업 계열사 유치와 대규모 상권 조성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아직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과천시가 공개한 지식정보타운 입주사 101개 기업을 25일 분석한 결과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은 59개(59%)로 가장 많았고, 의약 기업이 17개로 그 뒤를 이었다. 이전한 의약 기업 대부분은 직원 수 400~1000명 규모의 중견기업 위주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본사와 R&D 센터가 각각 흩어져 있어서 경영 효율성이 떨어졌던 문제를 과천에 신사옥을 마련하면서 해결했다.

제약 업계 매출 6위인 광동제약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에 있던 본사와 구로동에 있던 R&D 센터를 과천 신사옥으로 통합 이전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한 사옥 내로 통합해 부서 간 업무 교류와 소통 확대해 시너지 효과 창출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국약품 역시 구로구 일대에 흩어져 있던 본사와 R&D 센터를 과천으로 이전해 통합했다. JW중외그룹도 기존 서초 사옥 2배 크기의 신사옥에 신약·제제·원료연구센터와 계열사를 통합 이전했다. 휴온스는 판교에 있던 R&D 연구소를 이전했고, 셀트리온은 송파구에 있는 서울 사무소를 올해 옮겨올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 위원은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면 무조건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때문에 모든 기업에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옥을 확장하려는 첨단산업 기업들의 이전도 이어졌다. 검은사막의 성공으로 이름을 알린 게임개발사 펄어비스는 지난 2022년 안양에서 과천지정타에 들어온 1호 입주 기업이다. 고급 개발 인력 유치를 위해 신사옥 안에 헬스장, 체육관, 스크린골프 등 취미 시설을 마련했고, 직원들의 육아를 돕기 위해 어린이집도 들였다.

반도체 클린룸을 생산·시공하는 신성이엔지는 지난 2023년 4월 판교에서 과천으로 이전했다. 과천 이전 이후 클린룸 연구실을 확충하고, 새로 개통 예정인 지하철 역 위치를 고려해 사무실을 정했다.

다만 과천지정타 조성 초기 목표로 내걸었던 대기업 계열사 유치 목표는 빛이 바랬다. 현재 입주사 중 중소·중견기업이 전체의 97%, 연구원 등의 비영리법인이 3%로 대기업은 단 한 곳도 이전하지 않았다. 이는 대기업이 기존 사옥 주변에 구축해온 산업적 기반을 포기하고 과천으로 이전할만한 메리트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은 이전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중소·중견기업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거주 지원금 등을 지급하며 과천에 순조롭게 정착했지만, 평균 직원 수가 2만명이 넘는 대기업 집단이 핵심 계열사를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대기업은 이미 사옥 주변에 직원들의 직주근접이 완성된 경우가 많고, 기혼 직원들은 가족이 다 함께 이전해야 해 기업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 과천시가 바이오 클러스터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지역의 특화성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과천지정타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천=윤준식 나경연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