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싱크홀

입력 2025-03-26 00:40

싱크홀(sinkhole)은 지표면이 갑자기 꺼지면서 생기는 큰 구멍을 말한다. 2010년 과테말라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세계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것으로 꼽힌다. 과테말라시티 한복판에 지름 20m 깊이 30m의 원형 싱크홀이 생겨 3층짜리 공장 건물이 통째로 함몰됐다.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너무나 완벽한 원형 형태로 땅이 꺼져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냐는 오해를 샀을 정도다. 당시 충격적인 영상과 사진은 싱크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미국 중국 이탈리아 멕시코 등 세계 곳곳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가 있었다. 우리에게도 크고 작은 사고로 싱크홀은 익숙하다. 2021년에는 빌라 한 동이 싱크홀에 통째로 빠지는 재난 영화 ‘싱크홀’이 나왔을 정도다. 싱크홀은 지하철·상가·하수도 공사 등 지하 난개발이 주된 원인이다. 노후된 하수관에서 물이 새어 나가면서 지반이 약화되기도 한다.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이면서 지하에 동굴이나 빈 공간이 생겨 무너지는 자연적 원인도 있다.

일본 도쿄는 싱크홀 대응을 잘 하는 도시로 꼽힌다. 시속 20~40km로 주행하며 깊이 1~3m 지하 빈 공간을 탐지하는 특수 차량을 운행해 사고를 예방한다. 실제로 시부야 지하 공사 중 도로가 무너졌을 때도 이를 예측해 인명피해가 없었다. 미국 독일 영국도 ‘지하 투시 이미지 레이더’ 등을 개발해 공사 현장에서 상용화하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보이지 않는 지하도를 위에서 감지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안전 진단으로 막을 수 있는 건 막아야 한다.

지난 24일 오후 6시29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도로 위를 달리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땅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땅이 꺼지면서 사람을 삼켰다. 바로 앞 승합차는 간신히 무너지는 싱크홀에서 튕겨 빠져나왔고, 몇 초 후 주변 도로까지 꺼져버렸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시국도 뒤숭숭한데 이젠 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다 땅이 꺼질 수도 있다는 걱정까지 하게 생겼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