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이웃 마음까지 보듬는 교회 ‘러브하우스’ 사역

입력 2025-03-26 05:01
수원제일교회 주거환경개선팀이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 팔달구 노을빛주간보호센터·지역아동센터에서 외벽에 니스를 칠하고 있다. 수원제일교회 제공

이정환(가명·55)씨는 3년 전 아내와 사별 후 배달일을 하며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성인이 된 딸을 홀로 키웠다. 이씨의 배달일은 업무 강도가 높은 교과서 전달 등이었기에 퇴근 후에는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가사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거환경은 악취 등으로 열악해졌다.

이런 이씨의 사정을 알고 손을 내민 곳은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주거환경개선팀이었다. 이씨는 25일 국민일보에 “교회 개선팀이 도배는 물론 벽의 시공을 맡고 냉장고 싱크대 화장실 주방 등 집안 곳곳의 세밀한 부분까지 정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절망 속에서 만난 도움의 손길에 이씨의 마음 문이 열렸다. 교회에 배타적인 마음이 사라진 그는 아들과 함께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수원제일교회가 이씨와 같은 소외 이웃을 발굴하고 직접 몸으로 도운 지 10년이 됐다. 지난 22일 교회 주거환경개선팀은 10주년을 기념해 경기도 수원 노을빛주간보호센터와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과 함께 기념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 모인 40여명의 교인은 4시간에 걸쳐 센터의 외벽에 니스를 칠하고 내부를 청소했다.

주거환경개선팀은 실내장식 사업 등 전문시공 기술이 있는 교인을 중심으로 2015년 꾸려졌다. 교회가 위치한 수원 팔달구에서 주거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참여한 강경필(65) 장로는 주거환경개선팀의 봉사를 위해 가장 바쁜 토요일 자신의 영업장 문을 닫는다. 강 장로는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웃을 섬길 때 오는 보람은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전병순(68) 주거환경개선팀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봉사자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지만 점차 청년세대 참여가 늘면서 건강하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 주거환경개선 사역은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힘으로 작동한다.

서울 높은뜻광성교회(이장호 목사)가 2016년 법인으로 설립한 비영리단체 ‘함께웃는세상’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는 이웃을 돕는다. 교회의 사회선교 사역에서 시작한 활동으로 지금까지 2000여명의 봉사자가 2400여 가정을 도왔다. 이제는 대학교와 기업의 봉사단 등이 교회와 함께 참여하며 규모가 커졌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봉사를 진행한다. 서울의 10개 자치구와 경기도 수원 부천 등지를 누빈다. 수도권 저소득층 가정의 연탄난로를 전기온돌로 교체하고 냉난방 장치 설치, 노후화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 새로운교회(손규식 목사) 러브하우스팀은 교인들의 자발적 재능기부로 시작됐다. 이들은 지역의 행정복지센터와 협약을 맺고 매년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할 가정을 발굴한다. 손규식 목사는 “교회가 위치한 부산 북구 관내에는 노후화된 주거지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설이 많다”면서 “교회의 장비와 기술 등을 활용해 주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