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너희는 나의 증인

입력 2025-03-26 05:07

제 아버지는 회갑 즈음에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위암이 식도까지 번져서 위 전체와 식도 일부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여러 생사의 고비를 넘겼지만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병원에서 퇴원 후 아버지는 제게 성경 말씀 한 구절을 붓글씨로 써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이사야 43장 1~3절이었습니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2절) 꽤 익숙한 구절입니다.

저는 그 당시 이사야 주석 작업을 하던 중이었는데 아버지의 선택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기 직전 병실에 걸려 있는 액자에 이 말씀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는 말씀처럼 느껴졌답니다. 아버지는 이사야 말씀대로 기적적으로 살았습니다.

유대 민족도 수술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유대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 생활을 하던 때입니다. 모든 백성이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포로 백성들에게 “내가 너를 구해내리라 내가 너를 물 가운데서 건져내고 불 가운데서 지켜주리라”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그대로 실현됐습니다. 천 년 만 년 갈 것 같던 거대한 제국 바벨론이 장마에 흙담 무너지듯 맥없이 거꾸러지고 바사(페르시아) 왕국이 등장했습니다.

하나님은 만국 백성을 전부 모으라고 하십니다. 마치 재판정에서 심문하듯 모든 민족이 모인 자리에서 한번 물어보라고 하십니다. 이런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어느 누가 귀를 펼쳐 들었던 적이 있느냐고 말입니다. 중동 지방을 지배하던 거인 바벨론이 망할 것이라고 어느 누가 입을 뗀 적이 있느냐고요. 이방 신과 점성술사들은 모두 엉터리이고 가짜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하나님은 유다 백성을 ‘나의 증인’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바벨론 포로 생활을 뚫고 나온 백성들은 이제 만민 앞에 하나님의 증인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바벨론 포로 생활은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대신 깨달은 것도 많습니다. 무엇을 깨달았나요. 여호와 하나님 외에는 구원자가 없다는 사실, 이것이 가장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이 세상의 역사를 계획하시고 이끌어 가시는 분은 여호와 하나님 한 분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이사야는 이렇게 바벨론 포로 생활을 거치며 ‘하나님 한 분’ 사상을 확고하게 세워놓았습니다.

이 하나님 한 분을 온 세상에 전할 증인은 누구인가요. 바로 포로 생활을 겪은 유다 백성들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의 증인, 나의 종으로 택함을 입었나니.”(10절) 수술대 위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살아난 저의 아버님은 그 말씀의 증인이 됐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바벨론이 무너진 것을 목격한 포로 백성들은 하나님의 증인으로 세워졌습니다.

교회가 수술대 위에 놓인 것처럼 영적으로 위태로운 이때,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세워졌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묻고 싶습니다. 귀를 막고 복음을 외면하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전하고 교회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을까요. 비웃고 욕하며 마치 조자룡이 헌 칼 휘두르듯 매서운 비판을 퍼붓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성경 속에 보화가 담겨 있고 세상을 치료하는 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신 있게 전할 수 있을까요.

오종윤 대은교회 목사

◇대은교회는 전북 군산에 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소속된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