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情談] 언 발에 오줌 누기

입력 2025-03-26 00:35

외국 건설 인력 도입 합법화
국내 청년들 시장 진입 막고
건설업 생태계 허물게 될 것

한화 이글스 오랜 팬이다. 2006년을 기억한다. 그해 한화는 신구 조화가 완벽했다. 마운드에선 정민철, 송진우, 구대성 등 노장이 굳건하게 버텨줬다. 타격에선 김태균, 이범호 등 중고참이 때리는 족족 펜스를 넘겼다. 여기에 괴물 같은 투수가 데뷔하자마자 KBO를 평정했으니, 그가 바로 류현진이다. 결과는 준우승!

그러나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그해가 마지막이었다. 그때부터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내리막을 내달렸다. 최근 5년간 순위가 10위(꼴찌), 10위, 10위, 9위, 8위다. 몰락한 이유는 간단하다. 노장이 은퇴하고, 중고참 라인이 노장이 돼 다시 은퇴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했다. 세대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물론 그사이 딱 한 번 3위를 했다. 2018년이다. 여러 요인이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호잉 제라드라는 용병 선수가 반짝 활약했다. 안타깝게도 호잉은 다음 해부터 그저 그런 선수가 됐고, 결국 2020년 방출당했다. 한화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건설 생태계를 걱정하는 국토교통부에 묻는다. 호잉과 함께한 한화의 2018년을 꿈꾸는가?

국토부가 올해부터 건설업 일부 분야에 숙련 외국 인력 비자(E7-3) 도입을 추진하겠단다. 표면적 이유는 건설업계가 고령화함에 따라 기피하는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니 이를 숙련된 외국 인력으로 보충하겠다는 거다.

건설업 고령화가 심각한 건 사실이다. 통계청의 ‘2024년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건설업 종사자 중 20, 30대 비율이 각각 7.6%, 14%에 불과하다. 전체 업종의 20, 30대 평균 비율 14.7%, 21.4%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한편 건설업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32.6%(전체 평균 23.1%), 23.4%(18.2%)다. 50대 이상이 자그마치 56%(41.3%)다.

현장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당장 총원이 20명인 우리 팀만 봐도 20대는 아예 없다. 30대도 나를 포함해 3명뿐이다. 현장에서 나처럼 30대이면서 5년 이상 ‘현장 밥’ 먹은 기능공 자체가 드물다. 기능공 대부분이 1980년대 아파트 건설 붐 때부터 망치질한 50, 60대다. 요즘 경로당 가면 60대가 커피 심부름 한다던데, 건설업계가 딱 그렇다. 참고로 현장에선 오전, 오후에 한 번씩 간식을 먹는다. 막내가 담당한다. 그 간식을 요즘엔 50대 중후반 아저씨들이 들고 다닌다.

외국 인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거다. 그럴 수 있다. 나도 대단한 애국자가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국적으로 편 가를 생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 발에 오줌을 갈겨선 안 되는 법이다. 현장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알폼’ 시공, 즉 아파트 본층 공사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1개층 올라가는 데 정확히 1주일(알폼 시공 3일, 철근 및 전기 설비 배관 시공 1일, 타설 1일, 양생 및 거푸집 해체 2일) 걸린다. 말이 쉬워 1주일이지, 살인적 스케줄이다. 이 바닥에선 “알폼 3년 하면 골병난다”는 게 정설이다. 외국에서 오는 젊은 친구들도 3~5년 바짝 ‘땡겨’ 골병 난 몸 추스르며 고국으로 돌아간다. 이 친구들 올해 기준 일당으로 많아야 20만원 받는다. 한국인보다 최소 5만원에서 7만~8만원 적다. 이게 현실이다. 그러니 우린 할 수 없는 거다. 우리에게 망치질은 3년 바짝 ‘땡길’ 수 있는 임시직이 아니라 평생 직업이니까.

이렇듯 그간 비합법과 불법 경계에서 대한민국 아파트 건설을 도맡았던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쥐어짜겠다는 거다(라고 나는 짐작한다). 그럼 이제 건설업에 몸담았거나 몸담을 한국 청년 선택지는 2가지다. 지금보다 일당을 팍 낮춰 외국인과 함께 고강도 육체노동으로 혹사당하다가 나가떨어지거나, 혹사당하기 전에 나가떨어지거나. 국토부에 다시 묻는다. 호잉과 같은 외국 선수에게 한화 이글스 미래를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국토부가 생각하는 세대교체인가?

송주홍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