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34> 안드레

입력 2025-03-25 05:28

온순하고 고요한 이의
미소는 얼마나 따뜻한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말없이 바라보는 이의
눈빛은 얼마나 그윽한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어린아이의 도시락을 가져와
주님으로 하여금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켰던
따스한 희망의 손길
훗날 창검이 부딪치고 폭풍이 몰아치고
파선과 침몰의 위기 속에서도
흔적 없이 묵묵히 사명의 길을 걸어간 이의 발자국은
얼마나 향기로운가
소아시아 끝까지 달려가 복음을 전하다
십자가에 달려 최후를 맞았던
소리 없는 눈빛의 푸른 서사
지상의 밤을 밝혔던
은은한 달빛 바람의 노래.

소강석(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연이어 시의 대상이 된 안드레와 마태 또한 모두 갈릴리 출신이다. 안드레는 요한의 세례를 받은 후 예수를 따라다니다가 제자가 되었으니 짐작건대 처음부터 종교성이 내재해 있었던 인물인 것 같다. 그 성격은 침착하고 신중하여 초기 제자로서 예수의 신뢰를 받았으며, 그리스에서 Ⅹ형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했다. 시인은 안드레가 어린아이의 도시락을 가져와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키게 한 ‘따스한 희망의 손길’이었다고 규정했다. ‘파선과 침몰의 위기’ 속에서도 ‘사명의 길’을 걸어간 그 발자국이 향기롭다고 단언했다. 그의 순교를 ‘소리 없는 눈빛의 푸른 서사’요 ‘은은한 달빛 바람의 노래’라고 명명(命名)한 것은 시인이 부여할 수 있는 최상의 수식어이기도 하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