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헌법재판관들은 크게 네 갈래로 의견이 갈렸다. 24일 선고 내용 중 재판관 이견이 가장 컸던 사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성 없는 ‘국회 선출몫 재판관 3인’ 임명 거부였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재판관은 국회 선출몫 재판관을 임명해야 하는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헌법상 의무를 거론하며 “한 총리의 헌법·법률 위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관 3인 불임명으로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현재까지 이어졌다면 정치 불안과 경제적 타격이 극대화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다만 이들 4명은 다음 권한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정계선 조한창 후보자를 임명하는 등 손상된 헌법질서가 일부 회복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며 기각 결정했다.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고, 파면에 이를 정도 중대성은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문 대행과 이미선 정정미 재판관은 여권과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 ‘진보 편향’이라는 공세를 받고 있는데, 이날 기각 쪽에 서면서 눈길을 끌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헌재 재판부가 윤 대통령 선고를 앞두고 ‘우리는 정부·여당 쪽도, 야당 쪽도 아닌 정치적 중립이다’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안을 두고 김복형 재판관과 정계선 재판관은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 재판관은 한 총리에게 재판관 임명 의무는 있지만 이를 “‘선출 후 즉시 임명’으로 볼 수 없다”며 위헌·위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정 재판관은 “최 부총리는 현재까지도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등 헌정질서 수호 위기를 초래하고 있고, 이는 한 총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홀로 인용 의견을 냈다.
정계선 재판관은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회피’ 쟁점에서도 “계엄 관련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기회가 원천 차단됐고, 현재까지도 수사권 논란으로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인용 의견을 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정 재판관 의견에 대해 “이런 식이면 탄핵이 안 되는 지도자가 없을 것”이라며 “중대하지 않은 법 위반에도 파면 의견을 내는 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한창 정형식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내면서 소추 사유에 대한 실체 판단을 하지 않았다.
헌재가 윤 대통령 사건 선고를 앞두고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 총리 사건을 기각하는 포석을 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김승대 전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관들이 여러 스펙트럼으로 갈라진 것 같은 모양새지만 그간 한 총리 사건에서 지적된 쟁점들 판단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상태”라며 “오히려 재판관 8명 간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관심을 모았던 계엄의 위헌·위법성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윤 대통령 사건 관련 재판관 심증 노출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임 교수는 “한 총리 선고를 윤 대통령보다 앞당겨 하기로 하면서 윤 대통령 사건 내용과 겹치는 부분에 예단을 갖지 못하도록 관련 내용을 다 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내란 공범이 아니다’라는 결정이 나온 만큼, 내란 자체에 대한 판단은 이 사건에서 불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송태화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