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일부터” 산불 챙긴 韓… ‘통상 전쟁’도 발등의 불

입력 2025-03-24 23:00 수정 2025-03-24 23:00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해 국무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전 최상목 부총리와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4일 탄핵 기각으로 출근하면서 “급한 일부터 추슬러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불 진화 상황 점검을 시작으로 안보·치안 분야 긴급지시, 국무위원 소집, 산불 현장 방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 등 빠듯한 복귀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한 권한대행 앞에는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 및 통상전쟁 피해 최소화, 국내 경기 회복, 의대 정상화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과 ‘김건희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재촉하는 야당의 압박도 큰 부담이다.

한 권한대행은 대국민담화에서 “대한민국이 위기 국면을 헤치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청사 내 중앙재난상황실을 찾아 산불 진화 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전군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하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는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라”고 주문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가열된 거리 집회로 불상사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행의 대행’ 역할을 한 최상목 부총리와 별도 면담한 뒤 국무위원 오찬 간담회를 열어 분야별 현안을 점검했다. 한 권한대행은 “민생과 직결된 주요 현안을 속도감 있게 진척시키는 것이 내각의 사명”이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리스크’를 안고 있는 외교·안보, 경제·통상 분야를 주로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경북 의성 산불 현장을 방문했다가 다시 상경해 저녁 늦게 긴급 NSC를 소집했다.

한 권한대행이 직접 꼽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통상전쟁 대응’이다. 정부는 한 권한대행과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면담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당장 다음 달 2일(현지시간)로 예고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처 모색도 발등의 불인 상황이다.

여·야·정 국정협의회 복원과 의료개혁·연금개혁,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국내 과제도 쌓여 있다. 국회와의 엉킨 실타래부터 풀기 위해 조만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와 우 의장님과 모두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 후보자 임명과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문제 역시 어려운 숙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전까지 임명이나 추천을 보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곧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권한대행 본연의 업무는 현상 유지”라며 “만약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한 권한대행의 가장 큰 업무는 조기 대선 정국을 관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