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건조한 날씨와 강풍 때문에 경북 의성 산불의 경우 인근 안동까지 번지는 등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10분쯤 산불이 의성군 점곡면에서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야산으로 번졌다. 산불이 확산하자 안동시는 길안면 주민에게 즉시 길안초등학교와 길안중학교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또 남선면, 임하면 일부 주민에게 마을회관이나 학교 등에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길안면을 비롯해 남선면, 임하면에서 대피한 인원은 주민 270여명, 요양원 입소자 800여명 등 모두 1080여명이다. 길안면 주민 김동진(60)씨는 “전날부터 의성 쪽에서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고 오늘 오후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안동으로 넘어왔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성 산불로 서산영덕고속도로 영덕 방면 미니 휴게소인 점곡휴게소가 대부분 불에 탔다. 산림 당국은 바람이 거세지면서 오후 3시부터 산속에 있는 진화대원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의성군 중하리 야산에서는 진화대원 4명이 한때 고립됐다 구조되기도 했다.
여기에다 의성지역의 경우 이날 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연무가 끼는 곳이 있는 데다 전날부터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여서 진화 여건이 더욱 안 좋았다. 헬기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항공소방대원 A씨는 “산불 발화 지역인 안평면과 의성읍, 안계면, 점곡면 상공에는 낮에도 하루 종일 희뿌연 연기 때문에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산청도 기상 여건 탓에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일출 이후 헬기 39대가 동원됐음에도 진화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2500명에 가까운 인력 및 소방차를 포함한 장비 249대가 동원돼 지상 진화에도 주력했지만 산불은 사그라지지 않고 영향력을 넓혔다. 전날엔 화마가 인접한 하동군 옥종면으로까지 확대됐다.
울산 울주군 온양읍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도 사흘째 번지면서 이날 양산시계와 약 700m 떨어진 지점까지 화선이 진행했다. 산림 당국은 자칫 산불 피해가 도시 경계를 넘어 확산하지 않도록 방화선 구축 등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울주군과 의성군, 하동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지난 22일 산청군에 이어 이들 3개 지역이 추가된 것이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비롯한 범부처 차원의 조치가 이뤄진다.
한 대행은 “산불이 아직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상황으로, 진화 인력의 안전 확보와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분들의 불편 해소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정부는 산불 진화 완료 후 피해 수습과 복구에 대해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성·산청=김재산 이임태 기자, 김용헌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