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5년여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지난해 그룹 안팎에서 불거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에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쇼핑의 핵심인 백화점을 중심으로 명동과 잠실에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며 쇼핑·관광·문화를 아우르는 복합 단지 조성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마트 맥스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부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김원재 롯데 유통군HQ 재무지원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건을 통과시켰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19년 12월 사임한 이후 5년여 만이다. 신 회장은 이날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복귀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각종 투자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마트 등 본업 경쟁력에 더해 해외 사업 확장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979년 서울 중구 명동에 롯데쇼핑센터로 출발한 롯데백화점은 잠실점과 본점 등 주력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에 속도를 낸다. 명동의 영플라자·에비뉴엘·본관 일대는 ‘롯데타운 명동’으로, 잠실의 본관·에비뉴엘·롯데월드몰 일대는 ‘롯데타운 잠실’로 새 단장한다.
롯데백화점은 롯데타운 명동을 강북 최고의 쇼핑·관광·문화지역으로 만들기로 하고 다음 달 영플라자 전면 개보수 공사에 돌입한다. 에비뉴엘관도 재단장해 롯데타운 명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쇼핑몰 브랜드인 ‘타임빌라스’를 기반으로 복합몰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지난해 수원점 개점에 이어 올해 군산점 리뉴얼 오픈으로 쇼핑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해외에서도 그룹 복합 단지로 개발 가능한 최적의 부지를 찾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갈 할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베트남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싱가포르 현지 운영법인을 설립해 해외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해외 복합단지와 쇼핑몰 중심의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자체브랜드(PB) 상품의 수출을 미국,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유통군 출범 이후 지속해서 진행해 온 기존사업의 체질 개선과 사업 구조 재구축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반으로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가 되기 위한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은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이룬다는 목표도 정했다. 지난해는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며 홍역을 치렀고 경기 불황과 경쟁 심화, 자체 경쟁력 둔화 등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수익성을 끌어올려 매출 14조원, 영업익 6000억원을 거두고 내년 매출 15조2000억원, 영업익 8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3조9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떨어졌으며 영업이익은 4731억원으로 6.9% 줄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