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된 지 87일 만이다. 재판관 8명 중 5명이 기각, 2명이 각하 의견을 냈고 인용은 1명뿐이었다. 지난달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변론을 한 차례, 90분 만에 종결했을 때 이런 일방적 결론은 예상 가능했다. 이로써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야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13건의 탄핵소추안 중 선고된 9건이 모두 기각됐다. 줄탄핵도 문제지만 헌재 선고 9전 9패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얼마나 억지 탄핵을 남발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는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김건희 여사 등 특검법 재의요구권 의결, 비상계엄 선포 묵인·방조·공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불이행 5가지다. 헌재는 대부분 문제가 없다고 봤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건만 위헌 소지가 있음에도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가 아니어서 파면 사유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안팎의 경제·안보 위기에 대응해야 할 총리를 야당이 하찮은 이유를 들어 정치적 탄핵을 자행한 셈이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수권정당을 자임할 수 있는지 묻고싶다.
여야는 이번 선고에도 국민 통합 차원의 승복과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국정 혼란의 책임이 큰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국민이 납득하겠나”라며 헌재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SNS에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 한덕수 탄핵을 다시 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국민의힘도 헌재가 권한대행 탄핵정족수를 151석으로 판단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선고를 앞두고 찬탄과 반탄 진영 간 분위기가 격앙돼 판결 불복의 우려가 높은 마당에 정치권이 총리 탄핵선고마저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쩌란 건가.
한 대행은 직무 복귀 직후 “이제 좌우는 없다. 우리나라가 위로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이다. 한 대행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당장 최근 발생한 전국 산불 피해와 복구 활동부터 챙겨야 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통상 전쟁의 거센 파고에 맞서 나아가도록 진두지휘해야 한다. 이 짐을 한 대행만 지라고 할 건가. 정치적 앙금 따윈 버리고 여야도 대한민국호의 도약만을 생각하며 한 대행과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안 타협의 노하우를 국가 위기 돌파를 위해 다시 꺼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