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브라질에서 회자한 틱톡 영상에는 집에 손님이 찾아오자 마시던 커피를 황급히 감추는 주인의 모습이 담겼다. 손님에게 커피 한 잔 권하는 건 대접 축에도 못 들던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에서 커피 값이 치솟아 벌어지는 세태를 풍자한 거였다. 브라질 커피 값은 지난 1년 새 40% 이상 올라 식료품 인플레의 선두에 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값싼 커피에 중독된 나라에서 급격한 커피 값 상승이 룰라 대통령 지지율을 최저치(24%)로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브라질이 이 정도면 커피 수입국은 말할 것도 없어서, 호주는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뒤 집에서 가져간 얼음과 우유에 부어 저렴하게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시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고, 지난 1월 사상 최고 커피 소매가를 기록한 미국은 집에서 원두 볶는 요령을 담은 영상이 널리 공유됐다. 올해 들어 글로벌 현상이 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은 네 가지 원인이 복합된 결과물이라고 한다. 기후변화, 전쟁, 중국 그리고 트럼프.
세계 소비량 1위 아라비카 커피는 브라질에서, 2위 로부스타는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데, 두 나라가 지난해 나란히 이상저온, 홍수, 가뭄의 기상재해를 겪었다. 작황이 추락해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싸우느라 수에즈운하 물동량을 떨어뜨려 커피 무역 운송비마저 치솟았다. 여기에 거대 인구 중국의 커피 소비가 급증해 국제 시세를 더욱 끌어올렸고,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커피 선물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가격 불안 요인이 됐다.
한국에도 결국 여파가 미쳤다. 스타벅스 할리스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커피는 중독성 때문에 값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은 상품인데, 값싼 커피의 시대가 저무는 듯하다. 그래도 아직 2000~3000원에 한 잔 마실 수 있는 작은 커피가게들이 주변에 있는 것은 한국에 유독 많은 커피 자영업자의 경쟁이 가격 인상 압력보다 더 치열해서일지도 모르겠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