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참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다”

입력 2025-03-25 05:22
전 세계 복싱 챔피언 조지 포먼이 목회자 시절 미국 휴스턴의 주예수그리스도교회(Church of the Lord Jesus Christ) 앞에서 성경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예수그리스도교회 제공

‘KO 머신’ ‘슬럼가에서 기적을 일궈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계 최고령 헤비급 복싱 챔피언’. 지난 2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복싱계의 전설 조지 포먼(76)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사각의 링을 내려와 목회자로서 인생 2막을 열어젖힌 그의 삶을 아는 이들은 그를 ‘천국의 챔피언’으로 기억한다.

빈곤과 폭력으로 점철된 유년 시절을 보내며 15세에 학교를 중퇴한 포먼은 청소년 자립 프로그램에서 만난 복싱 코치의 권유로 처음 글러브를 꼈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1973년 당시 무패를 자랑하던 조 프레이저를 2라운드 만에 KO로 꺾으며 세계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다. 이어 1977년 지미 영과의 12라운드 경기 후 라커룸에서 탈진한 채 심장마비 증세를 겪으며 첫 번째 전성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링 위에서의 패배는 영화 같은 기적의 서막이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극적으로 회복한 그는 “하나님께서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살리셨다”고 고백하며 목회자로서 인생 2막을 맞이했다.

포먼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교회를 세우고 길거리 전도에 나섰다. 열악한 환경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조지 포먼 청소년 커뮤니티 센터’를 운영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운동을 가르치고 신앙을 바탕으로 삶의 가치를 전하던 그는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강함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줄곧 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비영리로 운영하던 센터로 인해 파산 위기에 몰린 것이다. 그러자 포먼은 은퇴 후 10년 만인 38세의 나이에 링으로의 복귀를 결심했다. 많은 이들이 무모한 도전이라 여겼지만 그는 “복싱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것”이라며 강한 신념을 보였다.

그리고 1994년, 45세의 나이에 마이클 무어러를 KO로 꺾으며 다시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복싱 역사상 최고령 챔피언으로 남겨진 영화 같은 기록이자 그의 끈기와 신앙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하나님이 함께하셨기에 결코 무서울 게 없었다”고 밝히며 감동을 줬다.

재기 후 챔피언에 오른 지 1년여 만에 포먼은 다시 목회자의 길로 돌아섰다. 전도와 봉사로 여생을 채우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리는 희망의 메신저로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당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인데, 그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입니다.”(영화 ‘빅 조지 포먼’(2023) 중에서)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