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부인·왈츠 보좌관 방문 소식에 그린란드 격앙

입력 2025-03-24 18:34 수정 2025-03-24 18: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입 의사를 밝힌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J D 밴스 부통령의 부인 우샤 밴스와 백악관 고위 관리들이 연이어 방문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최고위 참모인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린란드를 찾는다는 소식에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샤 밴스 여사가 27~29일 미국 대표단과 함께 그린란드를 찾아 역사 유적지 등을 둘러보고 개 썰매 대회를 참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왈츠 보좌관은 이들과는 별도로 그린란드를 방문해 미군 기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동행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안보와 천연자원을 이유로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가운데 외교안보 참모와 에너지 주무부처 장관이 해당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들의 방문 계획을 아직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다. 올해 초에는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방문한 바 있다.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모두 밴스 여사나 왈츠 보좌관을 초청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국의 이번 방문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발표된 입장(그린란드 병합)과 별개로 볼 수 없다”며 “우리는 미국과 협력하기를 원하지만 그 협력은 주권과 상호 존중이라는 기본 가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는 좀 더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 예고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라며 “그린란드인들이 외교적으로 대응하려 해도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는 오로지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목적에만 집중하며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에게데 총리는 특히 왈츠 보좌관의 방문을 두고 “유일한 목적은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고위 참모인 그가 그린란드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트럼프의 계획에 대한 미국의 신념이 강화될 것이고 방문 이후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