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에어로빅’ 속엔 기도 팀워크가 있었다

입력 2025-03-25 05:01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에어로빅협회 사무실에서 에어로빅 국가대표 선수들이 메달 앞에서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지 김민지 윤창일 이학주 선수.

“하나님께서 저에게 운동할 수 있는 달란트를 주셨다는 한마디만 믿고 계속 운동했어요.”

한국에어로빅 국가대표 윤창일(41)씨는 2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씨는 2003년 에어로빅을 시작한 이후 어깨 부상으로 여섯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좌절을 믿음으로 극복했다. 2022년 세계에어로빅체조선수권대회(세계선수권) 댄스 종목과 2024년 계단을 이용한 스텝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년간 겪은 부상과 좌절을 딛고 이룬 값진 성과였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에어로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윤씨는 “매일 아침 기도로 훈련을 시작한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과정에서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졌다”고 전했다.

한국에어로빅협회 소속 선수들은 매주 목요일엔 성경공부, 일요일엔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린다. 선수들의 전인적 성장을 추구하는 협회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송영희 한국에어로빅협회 이사장은 “운동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력도 중요하다”며 “우리는 단순히 메달을 따는 선수가 아니라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운동은 하루만 쉬어도 근육이 빠진다”며 “끊임없이 단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앙도 마찬가지”라며 “매일의 예배와 성경 공부가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협회 임원진 대부분은 기독교인이다.

협회 소속 선수 중에 목회자 자녀도 있지만, 협회에 들어온 후 신앙생활을 시작한 선수도 적지 않다.

역경을 이겨낸 힘, 신앙

김현지(25) 김민지(23) 자매는 인생에서 낙담한 시기에 하나님을 만났다. 언니 현지씨는 “지난해 초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서 마음의 병이 시작됐다”면서 “계속해서 운동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래는 교회를 알지도 종교를 믿지도 않았던 제가 빌립보서를 읽으면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며 “이제는 하나님이 옆에 계신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안다. 무대에 오르는 것도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동생 민지씨도 “지난해 세계선수권 직전 종아리 파열·봉와직염 부상으로 3주간 입원했는데 치료와 재활을 하면서 기도와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깨닫게 됐다”며 “부상으로 인해 약간의 의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팀원들과 함께 기도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한국 에어로빅 국가대표팀이 지난해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세계에어로빅체조선수권대회에서 스텝 종목에 출전한 모습. 한국에어로빅협회 제공

자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스텝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금메달의 영광보다 기쁜 건 부모님의 회심이다. 현지씨는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랐는데 하나님을 만난 후 저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도 교회에 다니게 됐다”며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

신앙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건 이들뿐만이 아니다.

이학주(27)씨는 중학교 3학년 때 방과후학교 활동을 계기로 에어로빅에 입문했다. 이듬해 출전한 소년체전에서 3등을 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2021년 세계선수권 출전을 준비했지만 코로나 백신을 맞지 못했다는 이유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이씨는 “정말 열심히 준비한 대회였던 만큼 실망도 컸다”며 “덕분에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됐다. 기도를 통해 마음의 평안함이 찾아오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완전히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를 향한 믿음의 도전

기도와 말씀으로 단련한 선수들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공통된 꿈을 공유하고 있었다.

현지씨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훈련해서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씨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믿고 계속 도전할 예정”이라면서 “후배들이 운동과 신앙의 영역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맡겨진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씨의 꿈은 1등이 아니더라도 하나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가 치르는 모든 경기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습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