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삶이 버거울 때 찾은 교회서 얻게 된 평안함

입력 2025-03-29 05:02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마 12:20)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른 부재는 나에게 천붕(天崩)과도 같은 아픔이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가난이 찾아왔고 고독이 나를 지배했다. 생존을 위해 일을 하면서 동시에 중고등학교에 다녀야 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고 삶은 버거웠으며 때론 수치심으로 도망가고 싶은 시간이었다.

중학교 때 미션스쿨 숙제로 주일예배에 참석해야 했던 것이 교회와의 첫 만남이었다. 단순한 의무감으로 찾은 교회였지만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과 권사님 장로님께서 무척 사랑해 주셨다. 마음 둘 곳 없던 나에게 교회는 안식처와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권사님이 나를 위해 해 주신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는 사랑의 아버지 하나님…”으로 시작하는 기도는 내 마음에 위로와 힘이 되어줬다. 나도 “하나님 아버지, 저는 상한 갈대입니다. 꺼져가는 등불입니다”라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태복음 12장 20절은 내 평생의 기도와 말씀이 되었다.

답답하고 힘들수록 하나님께 나아가 울며 뒹굴며 교회 마룻바닥을 적시는 기도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때마다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찾아와 주셨다. 삶에 힘과 용기가 생기고 교회 생활이 더없이 즐거워졌다. 말씀과 기도로 주님을 만나는 일로 살맛이 났다.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어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목회 40년이 지나갔다. 주님께 만만 감사뿐이다.

요즘은 내 인생 마지막 사역이라 여기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탈북 청년들 앞에 선다. 굶주림 속에서 자유를 찾아 강을 건너 이곳 대한민국에 온 그들의 현주소. 어쩌면 나보다 더 상한 갈대 같고 거의 꺼져가는 등불 같은 그들. 그래도 낙심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들과 함께 예배드린다. “주님, 우리를 긍휼히 여겨 주세요. 불쌍히 여겨 주세요. 기억해 주세요. 하나님 외에는 도와줄 이가 없습니다”라며 간절히 기도한다. 나처럼 그들도 일으키실 주님을 찬양하며 생명의 하나님을 전한다.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망하지 않게 하시는 하나님을 전한다. 인생 끝날까지 함께하시는 구원의 하나님을 전한다. 그들 가운데 한 영혼이 외친다. “주님, 제가 다시 북녘땅에 가서 생명 되신 주님을 전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고백이 있을까.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주님을 찬양한다.

<약력> △서울 장로회신학대 신학과 졸업 △필라델피아성경대학교(PBU) 성서학 석사 졸업 △한꿈학교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