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유해성 관리법 11월부터 시행
궐련 등 44종·액상 전자담배 20종
국제표준 시험법 등으로 성분 검사
발암 영향 등 세부사항은 검토 중
담뱃갑에 해당정보 QR 표시 검토
대상 빠진 합성 니코틴도 규제 필요
궐련 등 44종·액상 전자담배 20종
국제표준 시험법 등으로 성분 검사
발암 영향 등 세부사항은 검토 중
담뱃갑에 해당정보 QR 표시 검토
대상 빠진 합성 니코틴도 규제 필요
오는 11월 1일부터 막연히 '백해무익하다'고 알고 있던 담배의 유해 성분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국민이 낱낱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담배 유해 성분 검사와 공개를 의무화한 '담배 유해성 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두 부처는 지난달 초 입법예고한 해당 법 시행령·규칙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지난 18일 마무리하고 검토 중이다. 특히 유해 성분의 검사와 공개라는 중차대한 업무를 맡는 식약처는 지난 6일 검사 기준과 검사법을 구체화해 고시하고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소비자위해예방국 산하에 담배유해성관리TF를 가동해 법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총괄 책임자인 유현정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는 배출물(연기)에 대한 국제 표준 시험법이 마련돼 있는 44종, 배출물(증기)에 대한 표준 시험법이 전무한 액상 전자담배는 액상 내 니코틴 등 20개 유해 성분에 대해 자체 개발한 시험법으로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국장은 또 “11월 1일 시점에 판매 중인 담배 제품의 성분 검사 결과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어도 연말까지는 식약처 홈페이지를 통해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담뱃갑에 해당 정보 QR 표시 등 소비자의 접근을 더욱 쉽게 할 방안을 복지부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유 국장과 일문일답.
-법 시행까지 준비 절차와 주요 역점 부분은.
“입법예고 기간 제기된 합리적 의견은 검토해서 국무조정실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시행령·규칙에 반영할 예정이다. 담배 유해성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담배의 위해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하위 규정을 제정할 예정이다.”
-담배 유해 성분 검사·공개가 금연 정책으로 연결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국민 건강 보호가 이 법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역할에 있어 식약처와 복지부 간 차이가 있다. 그간 막연히 해롭다고 알던 담배에 대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그 해로운 점을 명백히 밝혀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식약처의 역할이다. 향후 정부의 금연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복지부와 상시적 협조 체계를 유지하겠다.”
-유해 성분 검사·공개를 담배 회사가 왜곡·악용할 수도 있는데.
“A담배가 B담배보다 유해 성분이 덜 나왔으니 ‘안전하다’고 호도하거나 소비자에게 오해를 줄 우려가 있다. 성분 검사 결과와 공개에 대해 왜곡하거나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향후 구성될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의 충분한 심의를 거칠 것이다. 또 언론 등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소통하겠다.”
-유해 성분 검사와 공개는 어떻게 이뤄지나.
“담배 제조·수입 판매업자는 법 시행 시점에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에 해당하는 제품에 대해 3개월 이내에 유해 성분 검사를 식약처 지정 기관에 의뢰해야 한다. 이후 2년마다 해당 연도 6월 30일까지 재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또 검사 결과를 발급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식약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새로 출시한 담배의 경우 판매 개시 이후 1개월 안에 성분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첫 성분 검사 결과 공개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늦어도 연말까지는 공개하겠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성분 검사와 결과 공개는 차례대로 진행되며 매년 공개가 이뤄진다. 공개 주기와 방법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은 검토 중이다.”
-검사 및 공개되는 유해 성분은.
“유해 성분 검사를 위해선 국제적 수준의 ‘표준 시험법’ 마련이 선행돼 있어야 한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흡연자가 직접 흡입하는 배출물(연기)에 대한 표준 시험법이 개발돼 있어 배출물 중 유해 성분을 검사 대상으로 정했다. 호흡기·순환계 독성이나 발암성, 해외 규제 사례 등도 고려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인체 발암물질 10종(벤젠, 카드뮴, 비소,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 추정물질 1종(스티렌), 발암 가능 물질 8종(이소프렌, 피리딘, 니켈, 납, 아세트알데히드 등)이 포함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포름알데히드 등 20개 성분,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8개 성분, 캐나다는 44개 성분에 대한 시험법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약처 고시를 통해 44개 성분의 시험법을 마련했다.”
-고시된 시험법인 ‘강화 포집법’은 어떤 건가.
“담배 필터 부위의 작은 구멍(천공)을 개방해 공기를 희석시키는 일반 포집법과 달리, 천공을 막아 배출물의 포집량과 포집 빈도를 강화한 방법이다. 일반 포집법보다 유해 성분이 배 이상 높게 검출된다. WHO도 강화 포집법을 담배 배출물 유해성 평가에 최적의 방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담배 개비 자체는 검사 안 하나.
“담배 개비의 내용물 중 니코틴,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에 대한 시험법이 알려져 있으나 궐련 등과 같이 배출물에 대한 포집법과 시험법이 있는 경우 배출물 중 유해 성분 규제가 국제적인 추세다.”
-액상 전자담배는 어떻게 검사하나.
“액상 전자담배의 경우 배출물(증기)에 대한 국제 표준 시험법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액상 중 니코틴 함량 등을 규제하는 유럽연합 등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 WHO와 ISO는 액상 내 니코틴,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 3가지 성분 시험법을 갖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니코틴 등 20개 성분의 시험법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국제적으로 최상위 수준의 시험법을 확보한 셈이다. 20개까지 유해 성분 검사를 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없다.”
-전자담배 기기의 유해성 검사는 안 하나.
“전자담배 기기는 검사에 포함되지 않으며 기기 조건에 따라 생성될 수 있는 유해 성분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다. 관련 연구 동향 조사와 시험법 개발 등을 지속해서 추진 중이다.”
-현재 대세인 합성 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나 니코틴 유사체 제품이 대상에서 빠져 ‘반쪽짜리 법’이란 지적이 있다.
“담배 정의 확대를 통해 합성 니코틴을 규제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지난달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판매단체 반대로 통과 보류된 상태다).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식약처 등 3개 부처는 국민 건강 보호 관점에서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1월 담배 유해성 관리법 시행 전이든 후든 담배사업법이 개정돼 합성 니코틴 담배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그에 따라 유해 성분을 검사하고 그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담배에는 7000여개 유해 성분, 70종의 발암 물질이 들어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조치가 충분한가.
“담배 유해 성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그 종류와 범위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 표준 시험법이 마련된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 44개, 액상 전자담배 20개의 유해 성분 검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향후 지속해서 확대될 수 있도록 시험법 등을 개발 중에 있다. 또 검사 대상 유해 성분 범위는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에서 최종 심의·의결해 정할 것이다.”
-검사 기관의 독립성과 투명성도 중요하다.
“시행 규칙에 따라 검사 기관은 담배 회사나 지원 기관, 단체 등과 직·간접 이해 관계가 없어야 한다. 자격 요건과 준수 사항 심사를 거쳐 지정받고 주기적인 평가 및 관리 감독이 이뤄진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담배 성분 분석 분야 국제 공인시험기관(ISO 17025)으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유해 성분 정보 공개 방식은 정했나.
“담배 제품 유형별로 할지, 브랜드별로 할지, 전체 담배를 뭉뚱그려 유해 성분과 인체 독성 및 발암 영향 등 정보를 공개할지 그 방법과 관련해 세부 사항을 복지부와 검토 중이다.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게 돼 있다. 국민 건강 보호와 건강 증진에 도움 되고 담배 회사들이 오도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복지부와 협력해 공개 방법을 구체화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세상의 모든 담배와 유해 성분을 한 번에 검사·공개하지 못한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첫발이라도 내딛는 것 자체가 큰 의미다. 법 시행 과정에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해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담배의 유해 성분에 관한 정보를 정확히 알고 금연을 선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