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이재명이 대통령 되려는 이유

입력 2025-03-25 00:39

실패한 계엄도 책임 못 면해
재판 받는 범죄 혐의자도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 없어

야당 대표의 무조건적 협조로
유럽의 빈국에서 경제대국 된
아일랜드 '탈러전략'서 배워야

겨우내 얼었던 대지를 뚫고 생명이 꿈틀거린다. 베란다 앞 화분에 심은 씨앗이 수줍게 파란 싹을 틔우는 것을 보노라니 자연의 섭리를 새삼 느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겨울도, 떠나기 아쉬워 꽃샘추위로 시샘을 부려보더니 이젠 항복하고 물러났다. 봄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대한민국에도 봄이 올 것인지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가 나오는 데 이어 헌법재판소가 곧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그는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10년간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공직선거법 270조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 규정을 보면 선거범 등에 대한 재판은 다른 재판보다 우선해 신속히 진행하고 1심 선고는 기소 6개월 이내, 2심 및 3심은 원심 선고로부터 3개월 이내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6·3·3원칙’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느닷없는 단식과 병원 입원 등 ‘꼼수’로 재판이 지연돼 1심 선고까지 무려 2년2개월이나 걸렸다.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특혜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도 마찬가지다. 공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2심에서 징역 7년8개월을 선고받았는데도 이 대표의 대북 불법송금 재판은 기소된 뒤 법관 기피 신청 등으로 9개월 동안 시작도 못했다.

20대 대선 패배 후 이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방탄 배지를 달고 공약을 어기면서 불체포특권을 누렸다. 민주당은 ‘이재명 지키기 당’으로 전락했다. 이 대표 사건 수사 검사들을 줄줄이 탄핵소추하고 방탄 법안들을 만들었다. 거대 야당의 힘을 내세워 정부의 정책엔 ‘닥치고 어깃장’을 놓고 정부 인사들 무더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식물정부를 만들었다.

지난주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은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현 정부 들어 30명째다. 어제 한덕수 총리를 포함해 지금까지 헌재에서 선고된 9명이 모두 기각됐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대표는 최 권한대행을 향해 “몸조심하라”고 ‘조폭’처럼 협박도 했다. 민주주의 국가 제1야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기본소득 대신 성장을 운운하고 18억원까지 상속세 면제, K엔비디아 지분공유 등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말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정치철학도 없는 것처럼 비친다.

지난 3년간 국민들은 윤석열 대 이재명 시즌2를 보는 데 신물이 났다. 협치는 실종됐고 서로 물고 뜯으며 혈투만 계속됐다. 정말 나라를 위한다면 이제라도 두 사람 모두 물러나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순간 실패한 비상계엄일망정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지금으로선 이 대표의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민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도덕성이 평균에도 못 미치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말대로 “전과 4범의 범죄자이며, 12개 범죄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헌법 유린”이다. 이 대표는 권력 뒤에 숨지 말고 법 앞에 당당히 심판을 받아야 한다.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60년간 치열한 정쟁을 벌인 아일랜드의 포일당과 게일당은 어느 날 갑자기 투쟁을 멈췄다. 1987년 포일당의 찰스 호이 총리가 집권하자 제1야당인 게일당 대표 앨런 듀크스는 탈러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간다면 핵심사안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노사정 합의로 사회연대협약을 체결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 탈러선언으로 게일당은 2년 후 선거에서 4석을 잃었지만 포일당 정책을 지지했다. 이에 힘입어 아일랜드 정부는 친기업 정책 등 개혁을 힘차게 추진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연대협약에 의해 일관성을 유지했다. 1980년대까지 유럽의 가난한 농촌 국가였던 아일랜드가 30여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를 넘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한 비결이다. 우리에겐 꿈같은 얘기일까.

이명희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