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장기 질적 성장 대비할 때

입력 2025-03-25 00:35

정치적 이슈가 지난해 말부터 지속되고 있다. 정치적 이슈와 별도로 경제적 상황과 민생은 매우 좋지 않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은 시간이 갈수록 대폭 하락하고 있다. 해외 기관도 최근 1.5% 정도로 낮췄고, 국내 기관들도 이미 지난해 경제전망에서 1.6%까지 낮춘 바 있다. 소비, 투자, 순수출, 물가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 저성장은 6~7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고,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지도 몇 년 됐다고 보인다.

먼저 민생과 관련된 물가를 보자. 올해 월별 물가상승률은 2%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2023년 3.5%, 지난해 2.3%로 낮아졌다. 지난해 3분기 이후에는 2% 이하로 하락했다. 기저효과로만 보면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민간에서 체감하는 물가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원재료 가격은 상승하고 있고 외식물가는 매우 많이 올랐다. 이유는 대부분 부동산에서 나왔다. 부동산 가격이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동안 2배 가까이 올랐고, 월별로 환산하면 2% 포인트만큼 물가상승률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영업자의 임대료를 올리고, 임대료가 올라가면 자영업자는 물건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최근에 토지거래허가 구역을 재지정했으나, 당시 해제로 인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재상승하고 있었다.

올해 초까지 소비증가율도 낮다고 계속 보도됐다. 소상인들이 장사가 안된다고 할 정도였다. 정치적 이슈와 별도로 사실 소비증가율은 낮지 않으며 내수가 부진한 상황도 아니다. 내수만 놓고 보면 증가율이 내구재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소비 등을 포함하는 카드결제액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국내 물가가 높기 때문에 연휴가 있어도 해외에서 카드를 이용하거나 환전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소비하게 된다. 온라인에서 똑같이 수입해 파는 물건은 대부분 C커머스에서 훨씬 싸게 공급되기 때문에 대부분 직구나 C커머스를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국내 물가가 높아 해외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로 구분되는데 설비투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하고 있었다. 반면 건설투자는 계속 감소했다. 기업이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 부분도 있다. 순수출은 올해부터 넘어야 하는 산이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관세 이슈를 계속 제기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무역수지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흑자액은 557억 달러로 교역국 중 최대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실현화하는 경우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감소할 수 있으며, 경제성장률은 0.5% 내외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 다만 업종별로 정부 및 민간기업이 제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단기 경제성장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정치권과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때 민간 현금살포 등은 지양해야 한다. 소비를 돕기 위해서라지만 국내 소비에는 원래 쓸 만큼만 쓰고 해외로 지출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질적 성장을 준비하기 위해 기술 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양자컴퓨터 등과 같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기술은 많은 반면 인재들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

기술 중소기업에 연구개발(R&D)이나 대출이 아닌 투자를 통해 10~30대 고용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40대에게는 이직이 가능하도록 예산을 통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서민금융 기금을 마련하고, 정말 힘든 사람에게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