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보다 빨리” 물류센터 먼저 낸 테무… 한국 놓고 맞붙었다

입력 2025-03-24 02:02
게티이미지뱅크

중국기업의 한국 소비 시장 공략이 거침없다. 중국 온라인쇼핑 플랫폼 테무는 알리익스프레스보다 먼저 국내 물류 거점을 확보했다. 한국 진출 2년도 채 되지 않았으나 ‘속도전’에 나선 모양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본사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현지화를 통해 한국 시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C커머스의 확장력에 유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최근 중국계 물류 대행사를 통해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인근의 대형 물류센터와 장기 임차 계약을 맺었다. C커머스 중 한국에 물류센터를 확보한 것은 테무가 처음이다. 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16만5000㎡(5만평)로,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의 상·저온 복합 물류센터다. 규모만 놓고 봐도 한국 이커머스업계 상위권에 속한다. 롯데그룹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운영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무가 물류센터 구축을 서두른 이유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보다 취약한 배송 시스템을 손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플랫폼에서 직구를 하면 싼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지만, 배송까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당일·익일 배송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이 반감을 품을 수 있는 부분이다. 배송 경쟁력을 높여 점유율 확대 전략에 힘을 싣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테무의 물류센터가 가동되면 빠른 배송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무는 속도전으로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2023년 한국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이후 독특한 광고와 ‘퍼주기식’ 할인쿠폰 행사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인 직원 채용 계획을 밝혔다. 올해는 오픈마켓 판매자를 모집하고 물류센터까지 확보했다. 사업 전개가 빠른 편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테무와 달리 물류센터 설립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가성비 좋은 물품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알리익스프레스의 핵심 목표라, 빠른 배송은 부차적인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물류센터를 설립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면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신세계그룹의 합작법인이 상반기 출범하면 G마켓의 물류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시장 공략 방식은 테무와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 제품 전용관 ‘케이(K) 베뉴’를 여는 등 기존 물류망을 활용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알리바바그룹은 유럽,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때도 현지화를 통해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등 점진적으로 외연을 확장한 바 있다.

양사를 바라보는 국내 기업들은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포화 상태에 가까운 내수 시장에서 C커머스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면 최악의 경우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거대기업과 가격으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승산이 적다”며 “차별화 전략이 있어야 하지만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