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1985년 하용조 목사가 개척한 온누리교회는 2011년 이재훈 목사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액츠(Acts)29’로 대표되는 해외선교와 사회선교본부가 주도하는 사회선교라는 두 축으로 사역하며 사도행전 29장의 역사를 써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교회에서 만난 이재훈 목사는 “온누리교회 사역은 확장했다기보다 광야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했다고 표현하고 싶다”면서 “선교라는 중요한 사명이 생명력이 돼 지금까지 교회를 이끌어왔다”고 설명했다.
대담=강주화 종교국장
-40주년 맞이하신 것을 축하드린다. 이재훈 목사님께서 하용조 목사님 이후 이어달리기를 잘하고 계신 것 같다. 온누리교회의 40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또 올해 특별한 사역 계획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선교의 불기둥으로 인도함을 받은 광야 40년’이라고 정리했다. 교회를 계속 타오르게 만들어 주는 것은 주님의 지상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여 순종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온누리교회는 한 번도 정체되거나 머물렀던 적이 없었다. 해외 선교가 확장된 것은 물론이고 국내 각 캠퍼스로 흩어지고 또 사회선교를 계속한 것은 마치 유목민처럼 끊임없이 광야를 걸어가며 사명을 다해온 것이다.
4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교회의 사역을 정리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각 사역 영역에서 활동하는 성도들이 직접 쓰고 있고 나는 리더십에 대한 부분을 맡았다. 하 목사님부터 시작된 우리 교회의 리더십은 ‘촉매적 리더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소금과 같이 자신은 녹아 없어지면서 변화를 일으키는 리더십에 대해 정리하고 있다. 또 10월에는 국내외 교회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인 ‘온누리사역축제’도 준비하고 있다.”
-온누리교회 사역의 두 축은 액츠29로 대표되는 해외선교와 사회선교(긍휼) 사역이다. 그동안의 기여와 열매가 궁금하다.
“온누리교회는 선교사 파송을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다. 지난 40년간 누적 파송 선교사가 2278명이고 현재 69개국에서 870명의 선교사가 활동하고 있다. 하 목사님께서 출석 성도가 7000여명이던 1994년 ‘선교사 2000명 파송’ 비전을 제시하셨는데 2018년 2000번째 선교사를 파송하며 그 비전을 달성했다. 우리는 한 해의 시작을 선교 헌금 작정으로 출발하고 모인 금액을 오직 선교 활동에만 사용한다. 지난해 선교에만 130억원 이상 사용됐고 올해는 135억이 작정돼 있다. 방송 선교인 CGN을 위한 헌금 50여억원 등을 따로 계산해 보면 포괄적인 선교 재정은 훨씬 더 많다. 매년 국내외 선교 아웃리치에 참여하는 성도들은 9000여명에 이른다.
또 긍휼 사역을 사회선교본부로 확대해 이주민 탈북민 미혼모 농어촌 쪽방촌 등 소외 이웃을 위한 일과 창조질서 회복에도 투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온누리교회는 크고 사람이 많이 모이니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했기에 교회에 신뢰가 쌓이고 더 많은 후원이 모였다.”
-두란노와 CGN을 세우고 문화를 통한 복음 전파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CGN이 20주년을 맞기도 했는데 문화를 통한 선교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광고 없이 오직 후원으로만 운영되는 CGN은 지금까지 지속한 게 기적이다. 예산 중 3분의 1은 교회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전적인 후원으로 운영되는데 전 세계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한국교회 많은 성도가 동참해주신다. 현재 미국 일본 프랑스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총 6개 지사가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유일한 기독교 방송으로 목회자가 없는 교회 성도들이 방송을 보고 예배를 드리는 등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방송을 보고 회심해 지사를 찾아오는 현지인이 매년 200~300명이 넘어서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기초 양육을 시행하기도 한다. 전 세계가 모바일 미디어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시대에 미디어로 복음을 담는 일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성도들을 맞춤 양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지난해 로잔대회라는 세계적 행사를 성공리에 마쳤다. 로잔대회가 갖는 의미에 대해 평가한다면.
“디지털 문화혁명 시대, 다중심적 선교(Polycentric Mission)시대에 열리는 첫 번째 선교대회로 아시아 지도자들이 함께 준비하고 한국교회가 섬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이 주도했던 것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위원회나 신학위원회에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신학자들이 포진하는 등 역할이 컸다. 사회적 성(性)이 미국과 유럽을 뒤덮고 있는 때에 성경적 성질서에 대한 선언을 담았다는 것도 의미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발표가 여전히 영어로만 진행됐다는 것이다. 첨단 통역기를 통해 다양한 현지 언어로 발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오는 10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가 준비되고 있는데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WEA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대회이든 신학적인 비판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을 능사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 WEA는 로잔운동보다 훨씬 앞서 WCC에 대항하여 세워진 복음주의 대회이고 복음주의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이다. 로잔대회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 복음주의권 모든 국제대회를 종교 다원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안타깝다.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고 나가면 된다고 본다.”
-목회자의 번아웃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영적 육체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나도 번아웃돼서 미국 유학을 갔던 경험이 있다. 번아웃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가정 속에서 회복과 쉼을 경험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목회자는 번아웃이 없다. 나는 부교역자들이 교회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사역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교역자들이 가정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하면 교회 일을 우선하지 말고 먼저 가라고 한다. 나도 저녁 식사는 최대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려고 하고 대신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시작한다.”
-온누리교회에서 14년째 담임으로 사역하고 있다. 그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것과 후회되는 선택이 있었다면. 은퇴 전까지 온누리교회에서 하고 싶은 일은.
“교회에 특별한 분란 없이 이끌어왔다는 점이 감사하다. 또 해외선교 사역이 성장했고 사회선교도 10배가량 증가한 게 큰 보람이다. 앞으로는 젊은 목회자들을 더 격려하고 키워내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많은 교회가 담임목사 은퇴가 결정된 후에 청빙을 시작하고 또 외부에서 인재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외부에 있던 목회자가 그 교회를 얼마나 알까. 훌륭한 기관들은 내부에서 좋은 인재를 찾아 꾸준히 관심을 두고 길러낸다. 교회도 부교역자들을 리더로 성장시키면 좋겠다. 최근 온누리교회 40일 기도회에서 30~40대 젊은 목회자를 강단에 세웠는데 성도들의 반응이 좋았다. 지금부터 온누리교회 안에서 교회를 이끌어갈 후임 목회자를 키워내고 싶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