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 슈퍼위크’가 시작됐다.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지고,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도 이번 주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제1야당 대표가 차례로 법정에 서서 사법부 판단을 받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판결이 조기 대선 여부를 결정하고 그 구도를 좌우할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놓고,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두고 정치와 여론 모두 극명하게 갈라진 터라 결과가 어떻든 정치적, 사회적 격랑이 예고돼 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운명을 모두 판사가 결정하게 된 현실은 정치의 실패를 뜻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조정해야 할 이들이 대결에 매몰돼 정치의 극단적 사법화를 불렀다. 자해적 대결 정치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 자신들의 정치 생명은 물론 나라와 국민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헌법재판소와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된 지난 석 달은 갈등을 정리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시간이어야 했다. 하지만 사법부마저 진영 대결 프레임에 가둬 겁박도 서슴지 않는 여야의 몰상식 행태로 분열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양분된 광장의 엇갈린 외침 속에서 사법의 슈퍼위크라는 한 주를 보내게 됐다.
한국은 지금 갈림길에 섰다. 이번 주는 탄핵이나 대선을 넘어 이 사회를 지탱해온 민주주의와 법치의 앞날이 걸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삭발과 단식, 살벌한 언어와 각종 폭력 사태로 뒤덮인 광장의 분위기는 이미 사회적 내전 수위에 이르렀다. 격한 감정이 자칫 판결 불복으로 이어질 경우 민주주의 최후 보루인 법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법이 권위를 잃으면 극심한 무질서와 혼란, 극한의 대립과 분열 속에서 나라도 국민도 망가질 뿐이다.
그 불행한 사태를 원인 제공자인 정치권이 책임지고 막아야 한다. 최근 여야 지도부가 ‘승복’을 말했지만, 상대의 승복을 요구한 것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직접 어떤 판결이든 겸허히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지지자들에게 법치 수호와 국론 통합을 당부해야 할 때다. 여야 의원들도 그간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사법부 판결을 승패가 아닌 갈등의 조정과 극복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며 화해를 말하는 한 주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