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리 만난 이재명 “AI시대 소수가 富 독점… 국부펀드 필요”

입력 2025-03-23 18:5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스라엘의 역사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를 만나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공공 투자 구상, 이른바 ‘K엔비디아’ 아이디어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하라리와 약 100분간 AI 시대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대담했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전인 2021년에도 이 대표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 구상을 놓고 화상으로 토론한 바 있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을 AI 분야 선도 국가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AI 발전이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하라리의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최근 언급한 첨단산업 영역에의 공공 참여 구상인 ‘K엔비디아’를 둘러싼 공방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AI 산업은) 엄청난 자원을 투자해야 해서 거대 기업, 소수만이 부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 부문이 투자해 투자 이익을 상당 부분 나눌 필요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국민과 국가 자본인 국부펀드로 투자해 지분을 상당 부분 확보하는 게 어떨지, 사업 자체에 공공이 참여하는 건 어떨까 이야기했다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라리는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기업들의 아동 노동력 착취 문제를 거론하며 “원칙적으로 볼 때 정부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계속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재활하고 재훈련하는 비용과 금전적 지원만이 아닌 심리적 지원이나 정신보건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며 “그래서 앞으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라리는 AI 시대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라리가 인간인 척하는 AI, 즉 ‘가짜 인간’에 관해 설명하자 이 대표는 “계엄령을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가짜(인간)인 줄 알았다”며 웃기도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