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치아 요정과 트럼프 관세

입력 2025-03-24 00:40 수정 2025-03-24 00:40

신생아는 대개 생후 5~6개월쯤 이가 나기 시작한다. 앞니부터 안쪽 어금니까지 차례대로 솟는데 아래위로 번갈아 가며 생긴다. 아래 앞니가 올라오면 위 앞니가 내려오고, 아래 송곳니가 튀어나오면 위 송곳니가 따라나온다. 대개 만 3살이면 20개의 젖니가 완성된다. 6~7살부터 빠지는 젖니의 수명은 짧다.

아이들에게 젖니가 빠지는 경험은 복합적인 감정이다. 두렵고 부끄럽지만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난생처음 신체의 일부를 상실하는 것이 무섭고, 이가 빠진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놀림을 받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에 뿌듯해한다.

젖니가 빠진 아이를 달래는 동화는 각국의 문화마다 다르지만 이가 빠진 것에 보상이 주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전래동요는 까치가 젖니를 영구치로 바꿔준다고 가르친다. 실에 뽑혀 지붕 위로 던져지는 젖니를 보며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라는 노래를 부른다. 미국은 치아 요정(Tooth Fairy)이 와서 베개 밑에 넣어 둔 젖니를 가져가는 대신 돈을 주고 간다고 한다. 아이는 1~5달러짜리 지폐를 발견하고는 “요정이 다녀갔다”며 기뻐한다. 치아 요정은 산타클로스만큼 친숙한 캐릭터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치아 요정을 소환한 것은 조크다. 버핏은 최근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결국 상품에 대한 세금이지, 치아 요정이 대신 대주는 게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높은 관세로 경제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치아 요정으로부터 돈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처럼 유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더 이상 치아 요정을 믿을 나이도 아니지만, 버핏의 비판을 들었다고 해서 고집을 꺾을 것 같지도 않으니 걱정이다. 트럼프는 여전히 “4월 2일은 미국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며 이날 국가별 관세율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