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 속에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산청 산불은 하동 일부까지, 의성 산불은 경북 경산으로 확산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산림 당국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나 강한 바람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4명이 숨지고 주민 수천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이재민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길 바란다.
가장 심한 곳은 산청이다.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산불의 진화율은 낮은 수준이다. 산림청이 헬기 33대를 비롯해 인력 1300여명, 진화 차량 200여대를 투입해 불길을 잡고 있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역부족이다.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이 산불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졌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두 번째 피해가 큰 지역은 의성이다. 22일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한 의성 산불의 진화율도 낮은 편이다. 산불이 초속 5.6m가량의 강한 바람을 타고 동쪽 방면인 의성읍 방향으로 번졌으며, 당국은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불길이 한때 의성읍 주변까지 위협하면서 중앙선 안동∼경주역 구간 열차 7대 운행이 중지되고, 고속도로 2곳이 전면 차단되기도 했다. 22일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발생한 울산 산불은 다행히 진화율이 높은 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총력 대응을 위해 경남, 경북, 울산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 또 전국에서 30여건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하자 산불 재난 국가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내렸다. 산림 당국은 산불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진화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
산청 산불은 인근 농장에서 잡초 제거를 위해 예초기를 사용하던 중 불씨가 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의성 산불은 성묘객의 실수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작은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한다는 점을 이번 산불이 여실히 보여준다.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재난이다. 산 근처에서는 화기 사용을 철저히 자제하고, 각종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산불 발생 시는 신속하게 신고하고, 초기 진화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산림청과 소방서, 지자체는 유기적으로 협력해 산불 비상대비체계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가 많은 우리나라 숲 특성도 대형 산불 원인 중 하나다. 내화력이 강한 활엽수를 심고 숲 가꾸기를 통해 나무 사이 간격을 떨어뜨려 안전 공간을 확보하는 장기적 플랜도 생각해봐야 한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