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건강의 열쇠를 쥐다

입력 2025-03-25 05:30

땀은 99%가 물이고 나머지는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암모니아 등 이온 물질로 이뤄져 있다. 성분만 놓고 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지만 땀은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체온 조절이 특히 주된 기능이다. 우리 몸은 항상 체온을 36.5℃로 유지해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몸이 더워지면 땀샘에서 수분을 분비하고 증발시키면서 열을 배출한다. 이 과정으로 체온 상승을 막고 항상성을 유지한다.

흔히 땀으로 노폐물이 배출된다고 하나 실상 노폐물 배출의 주된 역할은 신장이 담당한다. 소변에 비하면 땀으로 배출하는 노폐물의 양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땀을 내는 건 건강에 유익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땀 그 자체의 효능보다는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몸 안에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땀을 내는 과정에서 근육이 활성화되고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운동으로 인해 땀이 나면 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혈액 흐름이 원활해진다. 이는 산소와 영양분이 신체 곳곳에 원활히 공급되도록 도와 면역 기능이 강화된다. 이런 혈액순환의 활성화는 특히 노년층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땀을 내는 과정에서 근육의 움직임은 내부 장기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육이 활성화되면 내장 기관도 자극을 받아 소화기와 배설기관 활동이 촉진된다. 이는 변비를 예방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체내 노폐물 배출이 원활해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 땀을 흘릴 때 우리 몸에선 엔도르핀과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는 감정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갱년기 이후 감정 기복이 심한 중·장년층이나 정서적 불안감을 겪는 노년층에게 땀을 내는 운동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천연 항우울제와도 같다.

여러 연구에서 땀을 흘리며 하는 유산소 운동이 인지 기능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땀을 내게 되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한다. 뇌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도 강화해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는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중요 요소다.

몇 해 전 한 70대 노인이 심한 우울증과 무기력감으로 병원을 찾았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그는 의욕을 잃고 집에만 머물렀다. 약물치료도 효과가 미미했다. 나는 그에게 가벼운 운동을 권했다. 처음엔 발걸음조차 무겁던 그가 억지로라도 매일 동네 공원을 돌며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걷는 동안 이마에서 땀이 흘렀고 어깨는 땀으로 젖었다. 며칠 뒤 그는 땀 날 때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공원을 돌던 그는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점점 웃음을 되찾았다.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평온해졌으며 삶의 활력도 되찾았다. 몇 달 후 그는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예전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았다. 이처럼 땀은 삶의 의욕을 되찾고 정신적 건강을 회복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땀을 내는 것이 좋을까. 흔히 땀을 내기 위해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는 경우가 꽤 많다. 이런 방법은 체온 조절엔 도움이 되나 근육 활성화나 면역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 건강을 위한 진정한 땀은 신체 활동으로 흘리는 땀이어야 한다. 가벼운 걷기나 산책, 자전거 타기 또는 가벼운 근력 운동 등으로 땀을 흘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자신의 체력에 맞는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 주 3회, 하루 30분 정도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한 땀을 흘릴 수 있다. 중요한 건 규칙적인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땀을 흘리는 일은 육체적인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땀을 내는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얻고 나아가 정신적 행복감도 누릴 수 있다. 하나님도 수고하고 흘리는 땀을 통해 우리에게 기쁨과 보람을 주신다.

땀 흘리는 수고가 단순 노동이 아닌, 건강과 행복을 얻는 축복의 열쇠임을 기억하자. 젊은 노인으로서 활기찬 삶을 위해 오늘도 땀 흘리기를 주저하지 말자.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