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과 우주] 어린 은하 속 ‘다량의 산소’… 우주는 모범답안이 없다

입력 2025-03-24 23:40

별 생멸하며 무거운 원소 만들어져
성숙한 은하일수록 산소 많은 이유
최근 ‘JADES…’서 놀라운 발견 얻어
은하형성 이론 다시 쓰여질 날 올 것

‘JADES-GS-z14-0’에서 산소가 발견됐다. ‘JADES-GS-z14-0’은 현재 발견된 은하 가운데 가장 멀리 떨어진 은하로 알려져 있다. 여러 나라 천문학자로 이뤄진 국제 공동 연구팀은 현재 우주 공간에서 활동 중인 가장 강력한 망원경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고급 심은하 탐사(JADES·JWST Advanced Deep Extragalactic Survey)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 탐사 프로그램이 2023년 10월과 2024년 1월 수행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JADES-GS-z14-0’이 발견됐다. 이 은하의 적색이동값을 측정해 거리를 구하니 결과는 놀라웠다. 지금까지 발견된 은하 중 가장 멀리 떨어진 은하였다. 우주가 태어난 지 3억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탄생한 아주 어린 은하였다.

빅뱅의 순간을 거쳐 우주가 탄생한 후 약 30만년이 지났을 무렵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많은 원소인 수소가 전 우주적으로 생성됐다. 이 시기 우주 속 물질은 온통 수소였다. 수소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이뤄진 주기율표 1번 원소다. 이때 주기율표 2번인 헬륨도 약간 생성됐다. 헬륨은 양성자가 2개, 전자도 2개다. 양성자 수가 그 원소의 주기율표상 번호를 나타낸다. 수소는 우주 전체 원소 중 75%를 차지한다. 우주의 나이가 2억살 정도 됐을 무렵 최초의 은하가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의 물질 가운데 암흑물질을 제외한 눈에 보이는 물질의 대부분이 수소이기 때문에 당시 은하를 구성하는 물질 대부분은 수소였을 것이다. 은하가 막 형성되는 시기라 모양도 다소 불규칙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가 탄생한 지 3억년이 채 되기도 전에 형성된 ‘JADES-GS-z14-0’도 이런 예측을 따를 것으로 생각됐다.

그런데 ‘JADES-GS-z14-0’에서 산소가 발견된 것이다. 산소는 양성자를 8개 가지고 있는 주기율표 8번 원소다. 우주의 나이가 3억살 정도였을 무렵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소가 이 은하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칠레에 있는, 현재 작동하는 가장 강력한 전파망원경 시스템 ALMA를 사용해 이 은하를 관측했는데 뜻밖에도 산소를 발견한 것이다. 양도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수소와 일부 헬륨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 어린 은하에서 무거운 원소인 산소가 다량 검출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우주의 나이가 약 38만년 무렵에 우주 속 눈에 보이는 물질 대부분은 수소였다. 약간의 헬륨도 존재했다. 이 시기 전 우주적으로 수소가 동시에 생성됐기 때문에 우주는 한 곳과 다른 곳의 밀도 분포 차이가 거의 없는 균일한 상태였다. 약간의 불균형이 존재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수소가 조금 더 많아 중력이 약간 강한 지역으로 수소가 몰리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이 심화되면서 우주의 나이가 2억살 정도 되는 시기에 수소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지역이 생겨났다.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밀도 높은 가스구름이 형성됐다. 이런 상태를 원시은하의 형성기로 보고 있다. 즉 원시은하는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가스구름으로부터 이 무렵 형성되기 시작했다. 밀도가 높은 곳에서 별도 막 생겨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시기 은하를 구성하는 물질은 주로 수소일 것이다. 별이 탄생해 일생을 마친 뒤에야 가스구름 속에 산소 같은 무거운 원소가 존재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은하 속에서 별이 막 탄생하던 때여서 은하 속 산소의 존재를 기대하기 어렵다. 별이 탄생해 일생을 살고, 죽은 후 산소를 생성했더라도 극히 적은 양일 것이다.

은하는 별과 가스와 암흑물질로 이뤄진 우주의 기본 생태계 단위다. 처음에는 주로 수소가스와 암흑물질로 이뤄져 있다. 은하 속에서 별들이 탄생하고 진화해 죽으면서 무거운 원소를 생성한다. 은하가 진화한다는 것은 은하 속에서 별들이 진화하면서 수소 이외의 다른 원소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하가 나이를 먹을수록 은하 속에는 산소 같은 무거운 원소의 양이 늘어난다. 수소 가스구름 속에서 별이 탄생한다는 것은 중심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별의 중심부는 온도와 밀도가 충분히 높아 수소 원자핵 양성자와 양성자가 결합하는 핵융합 작용이 일어난다. 그 결과 양성자가 두 개인 헬륨 원자핵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질량 결손이 빛에너지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별빛이다. 별은 일생을 살면서 계속 핵융합을 통해 빛을 낸다. 이 과정에서 계속 양성자의 수가 많은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낸다. 별이 핵융합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면 별빛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이 시기가 되면 별이 죽었다고 한다. 별은 죽으면서 폭발하거나 해체되면서 자신이 일생 동안 만든 산소 같은 무거운 원소를 가스구름 속으로 내뱉는다.

‘JADES-GS-z14-0’은 아주 어린 은하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별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죽음의 과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더 들고 성숙한 은하에서 발견된 정도의 양의 산소가 관측된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그동안 알고 있던 모범답안에서 다소 벗어나는 관측 결과였다. 이 관측 결과가 은하의 형성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관측 결과가 축적된다면 은하 형성 이론을 다시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