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투자금 마련을 위해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는 국내 기업이 실시한 유상증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결정했다. 신주 배정일은 다음 달 24일이다. 구주주 청약은 오는 6월 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실권주 일반 공모 청약 기간은 6월 9~10일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전략적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데 조달 자금을 쓸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분야의 ‘톱 티어’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2035년 연결 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재 유럽에선 방위비를 증액하고 자주국방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 대비해 해양 방산 및 조선 산업 기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수요 확대에 대응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무기 생산용 해외 공장 설립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대공방어시스템 등의 생산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생산 거점 확보를 결정한 것은 유럽과 중동 국가들이 단순 무기 구매보다 현지 생산 투자를 통한 협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8000억원은 해외 해양방산·조선해양 생산 거점 확보에 쓰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와 싱가포르 다이나맥 조선소를 연계한 ‘멀티 야드’ 전략을 펴고 있다. 이틀 전에는 미국과 호주 등에 조선소를 보유한 오스탈 지분 9.9%를 사들였다. 미국이 ‘조선업 강화법’과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 등을 추진하면서 한국을 최우선 파트너로 꼽는 만큼 미국 등에서 조선 시설 및 지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무인기용 엔진 개발 시설에도 3000억원을 투자해 양산 역량을 키운다. 독자적인 무인기 엔진을 개발하고 글로벌 무인기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한다.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규모가 크고 1999년 이후 첫 유상증자인 점을 고려해 ‘중점심사’ 대상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회사가 계획한 일정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단기 집중심사와 대면 협의 등 최대한의 심사 역량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