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건보다 쟁점 비교적 간단… 윤 선고 충격 줄이려는 포석도

입력 2025-03-20 19:05 수정 2025-03-20 23:48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덕수(사진)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일을 먼저 잡은 이유는 아직 재판관 합의가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보다 쟁점이 간단한 사건을 먼저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국정 공백 상황 등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선고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한 총리 선고일이 먼저 잡히자 헌재 안팎에선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사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20일 “윤 대통령 선고를 바로 하기 어려운 상태라 쟁점이 간단하고 합의가 이뤄진 사건부터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층은 그간 변론이 먼저 종결된 한 총리 사건을 윤 대통령보다 먼저 선고해야 한다고 헌재를 압박해왔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커진 상황에서 대내외적으로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 1순위인 한 총리 거취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까지 꺼내 들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었다.

헌재가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정국 안정을 위해 한 총리 심판 선고를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선고 시점에 따라 국정 운영의 주체가 달라져 혼란이 생길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같이 총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이 먼저 날 경우 국정 1, 2인자 공백 상황에서 최 대행이 조기 대선을 수습해야 한다. 여기에 한 총리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역할이 또 뒤바뀔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한 총리 탄핵은 기각이 유력하다”며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한 총리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한 총리와 윤 대통령 사건이 ‘계엄 전 국무회의’ 쟁점 등을 공유하는 만큼 한 총리 사건 결과를 통해 윤 대통령 사건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헌재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판단하지 않고 한 총리 소추를 기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계엄에 공모·방조하지 않았다면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했는지 판단할 필요도 없다”며 “그래서 미리 선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가 지난달 27일 권한쟁의심판에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은 헌법 위배라고 판단한 만큼 한 총리의 재판관 미임명 행위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형민 양한주 성윤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