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월에 이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의 4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1~2회 정도 금리 인하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연준과 보폭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1월에 이은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금리 차이는 1.75% 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은 시장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어 당장은 연준이 관망 기조를 택할 것으로 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관세 여파로 부분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나 관세로 인해 오른 물가는 곧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잘 고정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 부총재는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와 미국의 관세정책 추진, 중동·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연말 예상치는 종전 2.5%에서 2.7%로 올렸다.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기준금리(중간값) 예측은 직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3.9%였으나 분포는 달라졌다. 지난해 12월엔 ‘최소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이 19명 중 15명이었지만, 이번엔 11명으로 줄었다.
한은도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됐다. 여전히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 최근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재지정 이슈로 집값과 가계부채가 들썩인 점도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추가 금리 인하 여력도 많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연내 1~2회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가에선 연준이 6월부터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조기 대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은도 상반기 이후 시기를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