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총서 총수 이사회 진입 잇단 반대표

입력 2025-03-21 00:17 수정 2025-03-21 00:17

올해 주요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총수 등의 이사회 진입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주주권익 보호 차원에서 과거 사법 이슈가 있었던 경영진의 사내이사 진입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이 같은 사유는 추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당 경영진의 꼬리표로 남아 기업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일 서울 마포구 효성빌딩에서 주총을 열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조 회장은 효성중공업이 2018년 ㈜효성으로부터 인적분할한 이후 처음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달 기준 효성중공업 지분 12.24%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이사회 진입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안건은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의무 수행이 어렵고,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 회장은 현재 ㈜효성 대표이사 외에도 효성티앤씨, 효성투자개발 등 4개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조 회장의 ㈜효성 및 효성티앤씨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마찬가지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라는 게 이유였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SDI가 자사에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계열사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일감을 몰아줬다며 과징금 44억원을 부과했는데, 전 부회장은 당시 삼성SDI 대표이사였다.

오는 26일 SK㈜ 주총을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도 국민연금이 과거처럼 반대 의견을 밝힐지 주목된다. 최 회장은 2014년 횡령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지주사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2016년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당시 8.4% 지분을 가졌던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안건은 통과됐다. 이후 올라온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번번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가장 많은 사내이사를 겸직하는 총수로 유명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수차례 국민연금의 반대에 직면했다. 국민연금은 2021년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겸임 과다,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사유로 반대했다. 신 회장은 배임 등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신 회장은 올해 롯데쇼핑 사내이사 복귀를 추진한다.

국민연금의 반대 사유는 앞으로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반대는 국민연금이 언제든 주식을 팔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는 추후 주식 매도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어 통상 주가에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