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 (삼성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가 이 회장을 공식적으로 만난 건 처음이다. 미래 산업을 강조하며 ‘반기업’ 이미지를 벗겨내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이 대표는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찾아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들과 만났다. 이 대표는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삼성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그 과실을 누리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회공헌을 떠나 미래에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SSAFY를) 끌고 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후 10분가량 비공개 환담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공공외교 측면에서 정부와 기업의 공조 필요성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삼성이 중소기업을 도와 주사기 제조 공정을 개선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다만 애초 이날 논의 테이블에 오늘 가능성이 제기됐던 반도체특별법과 상법 개정안 등 입법 현안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반도체특별법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것 아닌가. (52시간제 예외 인정은) 고시 개정을 통해 하겠다고 방침이 정해졌다”며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지원 패키지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9월과 11월 최태원 SK 회장을 만났고, 지난달 20일에는 현대차 아산공장을 찾았다. 지난 5일엔 한국경제인협회 임원진과도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중도와 실용 노선을 강조하면서 ‘경제 리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중으로 평가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는 확고한 재벌 개혁 입장을 밝히며 “해체 수준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등을 저술한 이스라엘 사학자 유발 하라리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도 나눌 계획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