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만난 이재명 첫마디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돼”

입력 2025-03-20 18: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 (삼성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가 이 회장을 공식적으로 만난 건 처음이다. 미래 산업을 강조하며 ‘반기업’ 이미지를 벗겨내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이 대표는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를 찾아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들과 만났다. 이 대표는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삼성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이 그 과실을 누리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회공헌을 떠나 미래에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SSAFY를) 끌고 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후 10분가량 비공개 환담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공공외교 측면에서 정부와 기업의 공조 필요성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삼성이 중소기업을 도와 주사기 제조 공정을 개선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다만 애초 이날 논의 테이블에 오늘 가능성이 제기됐던 반도체특별법과 상법 개정안 등 입법 현안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반도체특별법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것 아닌가. (52시간제 예외 인정은) 고시 개정을 통해 하겠다고 방침이 정해졌다”며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지원 패키지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9월과 11월 최태원 SK 회장을 만났고, 지난달 20일에는 현대차 아산공장을 찾았다. 지난 5일엔 한국경제인협회 임원진과도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중도와 실용 노선을 강조하면서 ‘경제 리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중으로 평가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는 확고한 재벌 개혁 입장을 밝히며 “해체 수준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등을 저술한 이스라엘 사학자 유발 하라리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도 나눌 계획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