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심각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걱정스럽다.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3주가 넘도록 선고기일을 잡지 못하는 헌법재판소 주변은 연일 불법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장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계란과 물병이 투척될 정도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탄핵 찬반 시위 중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명은 각각 탄핵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살했고, 1명은 파면 촉구 시위 도중 쓰러져 숨졌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에 반발하는 대규모 폭력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헌재 선고 당일 헬멧과 방탄조끼, 방독면을 쓰고 헌재와 국회 앞으로 집결해야 한다는 선동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은 선고 당일 헌재 주변 주유소와 공사장, 인근 학교, 건물 옥상 등을 폐쇄하고 경찰 기동대 210개 부대를 헌재 주변과 서울 시내 곳곳에 투입한다는 계획인데 자칫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폭력 시위를 막을 책임은 무엇보다 정치권에 있다. 여야는 막말과 자극적인 언사로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도록 자중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헌재 앞 릴레이 시위와 전국적인 탄핵 반대 집회를 중단하고, 민주당은 단식 농성과 현장 집회를 거둬들이기 바란다. 입으로는 탄핵심판 결과를 승복한다면서 몸으로는 불복을 외치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지지자들에게 물리적으로 저항할 것을 부추기는 꼴이다.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부작용과 후유증은 정치권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하면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불안도 커질 것이다.
헌재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탄핵 정국을 초래한 책임은 정치권에 있지만, 탄핵심판 이후 국가 혼란을 줄이는 건 헌재 결정에 달렸다. 그런데 헌재가 역대 어떤 탄핵심판 때보다 더 많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국민들의 신뢰가 낮아진 건 헌재의 위기다. 여론조사에서 ‘헌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40% 안팎으로 높게 나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헌재가 좀 더 세심하게 탄핵심판을 진행하지 못한 탓이다. 미증유의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헌재의 노력이 그만큼 절실해졌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문은 대다수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