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항마’ 전격 체포… 튀르키예 민주주의 우려 제기

입력 2025-03-20 18:58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19일(현지시간)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 체포에 항의하는 지지자들이 이마모을루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튀르키예 사법 당국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력 대권 경쟁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시장을 테러 연루 등 혐의로 전격 체포해 튀르키예 안팎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9일(이하 현지시간) “튀르키예 제1야당 공화인민당의 유력 정치인인 이마모을루 시장이 테러단체 지원 및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며 “전국에서 체포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정국 혼란 속에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한때 12%나 폭락해 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검찰은 테러단체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성향 정치조직들을 지원하고 사업가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이마모을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마모을루는 지난해 3월 지방선거에서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22년째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그는 오는 23일 공화인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 직전에 체포돼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오즈구르 오젤 공화인민당 대표는 “우리는 ‘차기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며 “국가가 다음 정권을 결정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와 비난이 쏟아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튀르키예가 유럽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며 “튀르키예는 선출직 공무원의 권리를 지지하고 민주주의적 규범과 관행에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르모안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이마모을루 체포에 대해 “튀르키예 민주주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일마즈 툰츠 법무장관은 “입법·행정·사법의 권력 분립이 원칙인 튀르키예에서 사법부는 누구의 명령이나 지시도 받지 않는다”며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대통령과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