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개월 만에 ‘6만 전자’로 돌아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범용(레거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91% 오른 6만20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6만300원까지 올랐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으로 6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15일(6만1000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날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보다 2.19% 오른 2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7일 4896억원 규모를 시작으로 4거래일 연속 총 1조4945억원을 순매수했다.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30% 올랐는데 올해 가장 큰 상승 폭이었다.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면서 “‘사즉생(死卽生,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알려진 날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매수 보고서도 외국인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8일 ‘D램-침체를 넘어 미래를 보다’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15만원에서 23만원으로 상향했다. 지난해 9월 ‘반도체에 겨울이 온다’ 보고서를 내면서 SK하이닉스 목표가를 54%나 낮춘 지 6개월여만이다.
모건스탠리는 감산 효과로 낸드 플래시 가격이 반등했고 디램 가격도 중국의 인공지능(AI) 설비 투자와 관세 전 구매 수요로 오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삼성전자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쳤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은 빠르게 ‘계곡(침체)’ 너머를 보고 있다”며 “2026년까지 더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더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추세적인 반등까지 이어진다고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회의(GTC)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울트라’에 삼성전자 HBM 3E가 탑재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삼성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