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청년과 공존·공감, 불확실성 해소 도와야”

“결혼을 굳이 해야 할까요. 어머니의 시댁 생활을 보면 너무 힘들어 보여서 솔직히 하기 싫은 마음이 크죠.”

서울 마포구 한 교회에 출석하는 곽현진(가명·26)씨는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결혼이 슬프고 힘든 일로 느껴진다고 했다. 곽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에서는 결혼이 축복의 의식이라고 하지만 부모님 삶을 돌아보면 축복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나라 안팎에서 사회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 겹치다 보니 (결혼과 출산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김현수(가명·30)씨는 혼인에 앞서 양가 어른에게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을 선언했다. 김씨는 “전세대출과 아버지의 투병 생활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며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갈 게 분명하므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는 건 비단 두 청년의 일만이 아니다. 국내 20~40대 청년들 사이에서 결혼과 육아 등에 대한 인식은 ‘슬픔’ ‘공포’ 등 부정적 감정이 지배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청년층을 향한 목회적 접근 방식을 두고 한국교회의 고민 역시 커지고 있다.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사장 정운찬)이 지난해 11월 기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시된 결혼 출산 육아 관련 게시글 약 5만건에서 표출된 감정을 분석한 결과, 결혼에 대해 ‘슬픔’이라는 감정이 32.3%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공포’(24.6%)가 뒤를 이었다.


출산 관련 게시글에서도 ‘혐오’ ‘공포’ 감정이 각각 23.8%와 21.3%로 조사됐다. 반면 행복한 감정으로 분류된 글은 결혼 게시물의 9.3%, 출산 게시물의 7.4%, 육아 게시물의 13.1%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명에서 지난해 0.75명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청년층에서 여전히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결혼 네거티브’ 현실을 마주한 한국교회로서는 미래 불확실성을 줄이는 사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청년들이 각자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를 향해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곳이 되도록 교회가 울타리가 되어 주자는 뜻이다.

조영진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장은 “출산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 같은 문제를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기독교 신앙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주관하는 ‘결혼상담 프로그램’ ‘예비부부학교’ ‘육아학교’ 등이 필수사역이라고도 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을 넘어 청년을 위해 공생·공존·공감을 추구하는 메시지를 선포하자는 제안도 있다.

청년사역연구소 대표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는 “프랑스는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극적인 사회 정책으로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며 “다자녀 출산 가정에 세금 혜택을 주고 공동체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불안감을 줄였다. 그 배경에 ‘우리가 함께한다’는 공동체적 인식이 있었기에 성공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새롬심리상담센터장 오주헌 길가에교회 목사는 “현대사회에서는 자녀를 출산하고 키우는 것에 대해 자신의 삶과 자녀의 삶 모두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졌기에 결혼·출산 등에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결국 개인화가 심화하면서 결혼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고, 행복을 저해하는 경우라면 결혼조차도 필요하지 않다는 자기 중심성의 풍조가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회는 시대적 풍조를 넘어 성경적 세계관을 가르치는 곳임을 먼저 주목하자고 오 목사는 말했다. 그는 “결혼은 나의 행복을 넘어 누군가와 함께 행복을 만들어가는 인간 삶의 과정 중 하나”라며 “결국 내가 믿음 안에서 성숙해지면 결혼 생활도 자녀 양육도 잘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