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인재 양성·기술 혁신… ‘첨단 제조업 도시’ 울산 이끈다

입력 2025-03-23 23:06
UNIST 연구원들이 나노소자공정실(클린룸)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미세 소자를 분석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울산 제조업 혁신을 이끌며 지역 경제 구조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박종래 총장 취임 후 울산을 ‘첨단 제조업 중심지’로 변화시킬 준비에 들어갔다.

UNIST는 이를 위해 세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창의적 통찰력과 융합적 연결력을 갖춘 인재 양성, ‘스케일업 플랫폼’을 통해 기술 혁신을 사회적 가치로 실현,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통한 UNIST와 울산의 국제적 확장이다.

UNIST는 그간 빠르게 성장해 왔다.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라이덴 랭킹’에서 8년 연속 국내 1위를 기록하며, 뛰어난 연구력을 입증했다. 개교 이후 IBS 캠퍼스연구단 3개 유치, 석학 포함 178명의 우수 연구진 영입 등을 통해 글로벌 기초과학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첨단 산업 핵심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을 개설하고, 2023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 특성화대학원 지원사업’에 선정돼 매년 65명의 석·박사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2024년에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사업에 선정, 4년간 사업비 150억원을 확보하며, 학사과정까지 확대해 반도체 분야 전 주기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했다.

울산은 대한민국 제조업 중심지였으나,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제조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UNIST는 이에 맞춰 지역 산업체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인공지능(AI) 기술 교육을 제공하며 제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UNIST 산학융합캠퍼스에서는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 울산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제조업의 AI 기술 도입을 목표로,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2021년부터 울산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제공해 왔다. 그동안 90개 기업 21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UNIST 연구지원본부(UCRF)는 지역 기업 재직자들에게 최신 기술 지원을 통해 애로 사항을 해소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은 UNIST 기술로 AI 기반 케이블 경로 최적화 기술을 도입해 선박 건조 비용을 9%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UNIST 전경. UNIST는 학사부터 박사 과정까지 반도체 분야 전 주기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AI 기반 교육과 연구를 통해 지역 스마트 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협력 혁신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적극적이다. 2012년 창업지원 전담 부서를 설립한 이후, 145개 이상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이들 기업의 총가치는 1조원을 넘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온라인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이 있다. UNIST 학생들이 창업했다.

또 창업휴학제와 창업 대체학점 인정제를 도입해 학생들이 창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창업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고(UCSD)와 체결한 협약을 기반으로 생명과학, 신소재, 에너지 분야 공동연구와 창업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매년 ‘글로벌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해외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교원기업 리센스메디컬이 안구마취 의료기기 오큐쿨로 국내 최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드 노보’ 승인을 받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FDA 드 노보 승인은 비슷한 선행 기술이 없는 신기술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패스트트랙 허가 제도다.

기술사업화와 기술이전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42개 창업기업이 탄생했으며, 이들 기업은 64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UNIST 교원 기술을 이전받아 창업한 기업인 랩스피너는 글로벌 암 진단 기기를 개발 중이다. 연구소 기업 2000호로 등록된 딥아이는 UNIST AI 교육을 기반으로 비파괴검사 기술을 사업화해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냈다.

박종래 울산과학기술원총장
“연구·교육 수준 향상… 동남권 과학기술 핵심축 될 것”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도약하도록 연구와 교육 수준을 끌어 올려 동남권 과학기술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종래(사진) UNIST 총장은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울산 제조업 혁신을 위한 파트너로 지역 중소·중견기업과 협력해 울산 기업들이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UNIST는 올해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한 지 10년을 맞이하며 세계 명문 대학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또 학문과 산업, 지역과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공진화(Co-Evolution)’ 대학으로 울산을 제조업 혁신 중심지로 만들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포부가 명확하다.

박 총장은 UNIST 핵심 가치를 지역 사회와의 상생에 뒀다. 첨단 연구개발(R&D) 인프라가 부족한 울산이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기후변화 등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UNIST 첨단 연구 장비, 전문 인력과 산학연 협력 노하우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UNIST 연구자와 학생들이 울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울산 산업 기반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면서 “울산 산업단지와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스마트 제조, 탄소중립 기술 분야에서 연구를 집중하고, 이를 지역 산업과 연계해 혁신 기술을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 총장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이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의 촉매가 된 것처럼, UNIST도 울산에서 제조업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창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