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아마도 그 음악이 에이나우디의 곡인 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대표 일간지 가디언이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네오클래식 거장’ 루도비코 에이나우디(70)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실제로 에이나우디의 작품들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 세계 음악 서비스에서 390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클래식 음악가’로 기록됐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월별 청취 집계에서 에이나우디는 꾸준히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앞선다. 덕분에 그의 음악은 영화, 연극, 광고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영화 ‘블랙스완’ ‘언터처블: 1%의 우정’ ‘노매드랜드’ ‘더 파더’ 등의 OST로 삽입됐으며, 국내에선 LG전자 광고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화제를 모았다.
네오 클래식은 전위적이고 어려운 현대음악에 대한 반발로 조성이 있는 전통적 클래식의 흐름을 잇되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음악을 가리킨다.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에이나우디의 음악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로 듣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반응과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내 음악은 현대인의 감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이유 없이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내 음악은 속도를 늦추는 삶을 위한 선언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가장 성공한 현대음악 작곡가 중 한 명인 에이나우디는 전통적인 클래식의 틀을 넘어선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그가 2013년 발매한 앨범 ‘인 어 타임 랩스’(In a Time Lapse)는 온라인 다운로드가 실물 음반 판매량을 뛰어넘은 최초의 클래식 음반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익스피리언스’(Experience)는 숏폼 플랫폼인 ‘틱톡’에서 700만개 이상의 영상에 사용돼 바이럴되면서 누적 조회수가 156억 회를 넘었다. 17번째 음반 ‘더 서머 포트레이츠’(The Summer Portraits)도 지난 1월 발매와 동시에 애플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를 가리켜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클래식 작곡가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에이나우디가 4월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8년 만에 내한공연을 가진다. ‘인스피리언스’ ‘우나 마티나’ 같은 인기곡과 새 앨범 ‘더 서머 포트레이츠’의 신곡들을 연주한다. 그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인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에너지의 힘’이라고 답했다. “나는 계속해서 어떤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음악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삶과 사랑의 에너지를 표출하려고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015년 그가 녹아내리는 빙하로 둘러싸인 북극에서 ‘북극을 위한 비가’(Elegy for the Arctic)를 연주하며 환경문제에 경종을 울린 것도 이것과 연결된다.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인 그는 출판사 사장인 아버지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책과 음악을 자주 접했다. 클래식, 민속음악, 팝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들어온 것과 지금도 독서를 자주 하는 것이 그의 음악 세계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쳤다. 음악적 영감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음악의 영감은 삶에서 경험하는 각기 다른 순간들마다 찾아온다”며 “언제 어떻게 찾아오는지 이 음악이 어떻게 왔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순간순간 삶에 찾아온 아이디어들이 음악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를 휴대전화에 바로 저장했다가 나중에 다시 발전시킨다. 녹음 작업은 거의 매일 이루어진다”면서 “음악으로 새로운 영토를 탐색하고 탐구하는 것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