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도시’ 속 예수] 목사는 정치 평론가가 아니다

입력 2025-03-22 05:03
게티이미지뱅크

23년 전 목회를 시작했을 때 나는 존 파이퍼 목사가 쓴 ‘나의 목회자 형제들에게’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내 속의 모든 것이 목사는 성경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속임수나 오락, 세상 비위를 맞추는 목회 모델을 피하라는 파이퍼의 절절한 호소에 공감했다. 그때의 나처럼 열심과 간절함은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무식함을 모르는 상태에서 온갖 것에 무지한 그런 목회자들이 있다면, 이제는 중년이 된 목사로서 그들에게 간청한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하지만 목사가 오늘날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가. 아니다. 목사들은 당면 이슈에 성경적 진리를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먼저 큰 문제들, 성경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에 집중해 보자. 그건 교부들과 중세 학자들,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 그리고 지난 300년간 최고 기독교 지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제들이다. 이런 내용은 뉴스나 SNS 알고리즘에서는 얻지 못한다.

그러나 오해는 말자.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나 정치적 논평의 소용돌이에 참여할 그리스도인도 없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건 목사의 소명이 아니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것에 쉬지 않고 논평하는 사람이 성경이 가장 전하고 싶어 하는 복음에 관해 이야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목사는 모든 것에 논평하도록 부름 받지 않았다.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분석을 드러내기 전에 자문하라. 목사로서 받은 훈련 또는 목회 분야에서 얻은 전문성에 비추어 지금 내 속에서 근질거리는 이 내용을 말하는 게 맞을까.

정치적으로 나보다 왼쪽 또는 오른쪽에 있는 동역자들과 지인들이 온갖 문제에 견해를 제시하고 또 사람들을 점점 더 불경건하게 만드는 ‘불경스러운 수다’(딤후 2:16)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SNS 주도권 싸움에 빠져드는 모습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리석고 무지한 논쟁을 피해야 한다.(딤후 2:23)

솔직히 말해 목사에게는 정치에 대해 특별히 독특하거나 통찰력 있는 말을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고작해야 ‘예언적으로 말한다’거나, 그리스도의 주권을 모든 삶에 적용하자는 식이다. 이건 사실상 엉성한 비판과 하나 마나 한 소리에 불과하다. 뉴스에 대해 뭔가 말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일단 속도를 늦추고 로그오프하고, 폭넓게 읽고 고전 읽기에 빠져들라. 최소한 몇 달에서 몇 년간 성찰에 몰두하라. 그러고 나면 뭔가 말할 게 생길 것이다.

공적이거나 사적인 기도를 통해 그 문제를 하나님께 가져가는 것 외에 어떤 정치적 문제에 대한 목사들의 즉각적인 의견 표명은 별 가치가 없다. 물론 내가 낙태 트랜스젠더 동성애 같은 주제를 다룬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신 뉴스에 지나치게 빨리 뛰어들거나 개별 정치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했던 것은 후회한다. 우리가 끊임없이 정치적 논평과 디지털 논쟁을 한다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우리에게서 같은 것을 더 기대할 것이다.

프린스턴 신학자였던 JA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써도 종교적 진리의 위대한 주제를 다루는 데에는 모자란다. 정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과학이다. 따라서 설교자가 그 분야에서 뛰어나다면 그는 결국 하나님의 진리에 써야 할 시간 중 일부를 희생해야만 한다.”

공개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한 목사들의 경우 그게 그들의 통찰력과 신중함에 플러스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 백인들의 인종차별이나 이웃 사랑의 시금석으로서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용감하게’ 말한 좌파 목사들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교조적이고 복음에 끼워 맞춰서 말했다. 그 결과 더 이상 사상가이자 기독교 지도자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힘들게 되었다. 내 오른쪽에 있는 과격한 친구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 역시 우파가 바라는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면 똑같은 실수를 할 가능성이 크다.

목사가 가장 열정을 쏟아야 하는 것은 신학과 교회 역사를 가르치고, 주일마다 말씀을 전하는 지역교회 목사가 되는 일이다. 목사라면 목사가 돼야 한다. 성경을 공부하고 설교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교회 공동체를 인도하라. 목사에게 정치 평론은 사실상 제로섬 게임이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평론가가 될 수도 있고 목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둘 다 될 수는 없다.

케빈 드영
◇케빈 드영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크라이스트커버넌트교회 담임 목사이며 복음연합(TGC) 이사로 섬기고 있다. 리폼드신학교 조직신학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