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의 대외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를 축소하면서 500억원 규모의 한·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유탄을 맞게 됐다. ODA 사업을 위해 미국에 파견된 한국 직원도 철수한 상태다.
18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USAID와 총 4개 사무소에서 5개의 업무협약·협력 등을 맺고 3470만 달러(약 500억원)에 달하는 ODA 사업을 함께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USAID의 직원을 대폭 줄이는 등 사실상 해체를 선언하면서 코이카의 협력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현재 USAID는 ‘해외원조 프로그램 90일 일시 중단 및 재검토’ 작업 중이다.
당장 코이카 필리핀 사무소의 해양쓰레기 관리 역량 강화 사업, 도시 기후 회복력 역량 강화 사업(총 970만 달러)의 진척이 불투명해졌다. 코이카와 USAID는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와 공동으로 필리핀 방사모로 무슬림 자치구역 보건 사업(1300만 달러), 가나 지역 보건체계 향상 사업(1200만 달러) 등도 계획했었다. 피지, 베트남에서의 기후·환경 관련 협약도 맺었다.
그러나 USAID와 상호 협력을 위해 파견된 코이카 직원이 지난 9일 미국 현지에서 철수하는 등 이미 타격이 시작됐다. USAID가 코이카와 협력 사업을 철회하면 전체 목표치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ODA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면서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교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정부도 지난해 6조3000억원을 투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1월 국무조정실이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ODA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77.8%의 응답자가 국제사회 글로벌 가치 실현, 외교 도움 등을 이유로 ODA 제공에 찬성했다.
코이카는 USAID와 별개로 단독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ODA 사업 대상국이 피해를 보거나 외교 문제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등으로 한국 외교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ODA까지 차질을 빚으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리더십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외교적 영향이 큰 상황에서 ODA까지 타격을 입는 것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ODA 공백을 대비해 새로운 개발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