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로 내리는 구름과 여우의 우정

입력 2025-03-21 02:12

하늘을 둥실 떠다니던 구름이 산골 마을로 내려왔다.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우를 보자 마음이 설렜다. 햇볕에 눈이 부신 여우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 줬다. 둘은 금세 친해졌다. 여우가 ‘소중한 친구’ 호랑이를 소개하자 구름도 소중한 친구가 되고 싶다. 겨울에는 마을 친구들에게 눈도 선물했다. 봄이 되자 마을에 큰 산불이 났다. 구름은 온 힘을 다해 비를 뿌렸다. 무사히 빠져나간 마을 친구들은 호숫가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여우와 호랑이가 결혼하는 날. 온 마을이 축제지만 여우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뚝, 뚝 흘렸다. 구름은 여우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렸다. “여우야, 내 소중한 친구야. 그동안 참 즐거웠어”라고 구름이 인사를 건네자 여우도 “정말 고마워, 구름아”라고 고운 목소리로 답한다. 구름이 눈물을 그치자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올랐다. 밝고 화창한 날에 잠깐 내리는 ‘여우비’ 설화를 민화풍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재탄생시켰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