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뒤로 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초강공 모드에 돌입했다. 헌재에 윤 대통령 신속 파면을 재촉하는 동시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탄핵안 카드도 꺼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기 위한 상설특검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민주당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헌재와 최 권한대행을 향한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도대체 이렇게나 시간을 끌어야 할 일인지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매우 의문”이라며 “헌법 해석 최고 기관인 헌재는 헌정질서 수호 책무가 있다. 하루빨리 파면 선고를 내리길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에게는 “헌재 결정에 따라 오늘 안에 마 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5당 지도부는 헌재에 윤 대통령 신속 파면 촉구 서한도 전달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파면 선고 지연은 내란 증거인멸의 시간을 늘리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국민의 불안을 높이고 있다”며 “국민의 비판이 헌재로 옮겨가고 있다”고 헌재를 겨눴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최 부총리가 결국 이성을 잃었다”며 “더 이상 국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지 말고 즉각 마 재판관을 임명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국회에서부터 광화문광장까지 도보 행진을 한 뒤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를 마친 뒤에는 국회에서 심야 비상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민주당의 강공 모드에는 헌재의 심리 장기화에 따른 초조함이 읽힌다.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에 목을 매는 것도 헌재 심판 결과에 대한 내부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헌정질서 수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진보 성향의 마 후보자 임명을 통해 탄핵 인용 정족수인 ‘재판관 6명’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여권을 중심으로 ‘5대 3’ 또는 ‘4대 4’ 기각·각하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헌재 내부 상황을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난무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단 소속 한 의원은 “마 후보자 임명이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당이 아니라 헌재가 판단할 문제”라며 “위헌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를 겨눈 2건의 상설특검안도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법사위는 이날 ‘김건희 상설특검안’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김 여사 상설특검안은 주가조작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총망라하고 있다.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경찰이 마약 밀반입 관련 세관 직원을 수사할 때 대통령실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