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만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의료사고를 심의하는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의사의 중대 과실이 없다면 재판에 넘기지 않도록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의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 진료 관리도 대폭 강화한다. 비급여 항목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같은 진료라도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정부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과잉진료가 우려되는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분류한다. 이 항목에는 환자 본인부담률을 95%로 적용할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9일 이러한 내용의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확정·발표했다. 2차 방안의 핵심은 필수의료 인력의 의료사고 소송 부담을 줄이고 비정상적으로 커진 비급여 시장을 손보는 것이다.
의료계는 민형사 소송 부담 때문에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소신 진료를 하지 못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가칭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의료사고의 중대 과실 여부를 따지고 수사와 기소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심의위는 최대 150일 이내에 신속히 심의를 마치고 심의기간에는 의료진의 소환조사를 자제하도록 법제화한다. 심의 결과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기소 자제’를 권고할 수 있다. 심의위는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 20명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필수의료에 한정해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의료진과 유족 간 합의가 있다면 처벌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의사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환자단체 등의 반발을 고려해 이 내용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추가 논의키로 했다. 이외에도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환자를 돕는 ‘환자 대변인’을 신설하고, 의료사고 부담이 개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모든 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도 의무화한다.
시장 자율 영역이었던 비급여 항목도 개편한다. 지난 1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비급여 실태조사에서 도수치료는 병원별로 진료비용 격차가 최대 62.5배에 달했다. 정부는 오남용 가능성이 큰 비급여 항목을 선별해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급여체계에 포함하고 적정 가격 및 진료 기준 등을 정할 방침이다.
관리급여 항목은 환자 본인부담률을 95% 적용한다. 10만원짜리 비급여 진료를 받았을 때 9만5000원이 개인 부담이 되는 셈이다. 다만 기존에 ‘비급여’로 분류됐던 항목이 ‘급여’로 전환된 것이라 기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환자가 돌려받는 돈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의개특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 시기마다 혜택은 다르지만 천차만별인 비급여 항목에 대해 적정 가격 기준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95% 적용만으로 환자 부담이 커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에는 5세대 실손보험 내용도 포함됐다. 중증과 비중증의 특약을 구분해 가입자가 비급여 보장범위를 선택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입원이 아닌 외래진료는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과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연동해서 동일하게 적용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2차 병원인 지역 종합병원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 3년간 2조원을 투자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며 비급여·실손보험 대책 등의 수용성과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이정헌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