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여파로 지난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이지 말자고 설정했던 마지노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산화탄소 농도나 해양 온난화 속도 등 기후변화 관련 핵심지표들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상청은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보고서에는 지구를 둘러싼 각종 기후변화 지표들이 최악의 상태로 기록됐다. 지난해 전 지구 지표면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를 0도로 봤을 때 1.55도(±0.13도) 상승해 175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WMO는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지난해 6~12월 평균기온이 2023년 이전의 모든 월평균 기온을 넘어설 정도로 높았다”며 “지구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는 탓에 2015~2024년은 ‘가장 따뜻한 10년’이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로 분류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농도는 무려 80만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해양 열 함량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았다. WMO는 지난 20년간 해양 온난화 속도가 1960~2005년과 비교했을 때 배 이상 빠르다고 설명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빙하 면적은 급격히 감소했다. 2022년부터 3년간 전 세계 빙하 질량 손실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빙하 감소 여파로 지난해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1993년 위성 관측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이번 WMO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장기 지구 온도 수준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아직 가능하다”며 “올해 예정된 ‘2035 국가기후계획’을 통해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