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향해 “몸 조심하라”고 말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돼 누구든 최 권한대행을 체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 중인 ‘임시 행정수반’을 직접 겨눠 ‘몸 조심’ ‘체포’ 등 위협적 발언을 한 것이다. 여당은 이를 “테러 선동”으로 규정하며 이 대표를 맹폭했다. 대통령경호처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최 권한대행 경호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서울 광화문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마 후보자 불임명은)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重)직무유기”라며 “최 권한대행은 지금 이 순간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현행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도 헌정질서를 파괴할 때는 현직이어도 처벌하게 돼 있다. 국민 누구든 현행범으로 최 권한대행을 체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몸 조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가 광화문 현장에 등장한 건 지난 12일 이후 일주일만이다. 이 대표는 ‘암살 위협설’이 제기된 이후 외후 일정을 최소화했으며, 이날도 경찰의 신변 보호 조치를 받으며 이동했다. 방탄복도 착용한 상태였다. 이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최 권한대행을 겨눠 거친 말을 토해낸 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지연에 따른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여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를 너무 천박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IS(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같은 테러리스트가 한 말이 아닌지 착각했다”며 “권한대행에 협박을 가했으니, 이 대표는 내란선동죄의 현행범”이라고 직격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본인 재판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위기에 처하자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이동환 정우진 송경모 기자 huan@kmib.co.kr